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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최고의 열흘
아데나 할펀 지음, 황소연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시험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외침은 비단 끊임없이 시험을 치루어야하는 수험생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사회 생활 속에서도 끊임없는
경쟁이 있고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인생에 있어 시험에 들 일들 또한 부지기수다. 그런데 하물며 죽어서까지 시험을 치루어야 하다니...그렇다면
지금보다 더 죽기 싫어질 것만 같다. 나는.
p9 나는 오늘 죽었다. 황당하게도. 솔직히 나는 안 죽을 줄
알았는데.
[내 생애 최고의 열흘]은 헐리우드에서 영화화를 준비하고 있는 소설이다. 이미 판권이 팔렸다고 하고 그 주인공은 에이미 아담스란다. 그래서
기대가 솔직히 크다. 금발의 깜찍한 그녀가 알렉산드라를 어떻게 소화해낼지 사뭇 궁금해졌기 때문에. 사실 이야기로만 치면 좀 어이없는 부분이
있기도 한데, 먼저 주인공 알렉산드라 도렌필드는 애견과 산책 중 미니 쿠퍼에 치어 그만 스물 아홉에 생을 마감해 버린다.
하지만 그녀는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였다. 울고불고 하지도 않았고 되돌려 달라고 절규하지도 않았다. 어쨌거나 아무래도 좋다고 했다. 다만
일찍 세상을 뜰 줄 알았다면 그간 눌러왔던 본능에 충실한 삶을 살았을 것을...이라는 후회는 남긴 채. 건강검진도 받지 않고 체육관에도 가지
않았을 것이며 삶에 대한 푸념이나 하소연도 없이 그저 즐겁게 살았을 것이란다. 연애에 있어서도 조금 더 적극적이지 못했던 자신의 태도에 아쉬움을
남기던 그녀는 새벽 4시에 생을 떠나 천국으로 올라와 망자의 줄에 서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배정받은 최고 단계의 천국인 일곱 번째 천국. 아름다운 전원 주택에 명품 신상은 또 얼마나 가득한지...아무리 먹어도 살찌지
않는다는 사실과 멋진 남자와 연애를 해도 좋은 곳인 이곳. 하지만 그 즐거움은 오래가지 못했다. 일곱 전빼 천국은 모범적으로 살았거나 고생이
심했던 사람 혹은 역경을 딛고 일어난 사람들이 머물 수 있는 곳이었다.
p55 내가 뭘 어쨌는데요?
당신이 한 일 때문이 아니라 하지 않은 일
때문이에요
너무 훌륭한 삶을 살아서 천국 입주 시험을 치러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승에서의 삶이 금수저 물고 태어나 살았던 것이 반드시 좋지 만은
않았던 모양. 그래봤자 한, 두 단계 떨어질 뿐이라고 수호천사는 위로하지만 그 곳에서는 전원주택 대신 고용 수영장이 딸린 아파트, 먹는대로
살찌고, 옆집에 훈남도 살지 않는 이승에서의 삶과 다르지 않은 삶이 기다린다니....절대 떨어지면 안될 일사일대의 시험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 모든 일은 생애 최고의 열흘에 대한 에세이를 써서 이승에서 충실히 삶을 살아왔음을 증명해야 한다는데...스물 아홉의 철부지 아가씨가
과연 해 낼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이 이야기의 관전포인트일 것이다. 물론 해피엔딩이라는 것은 독자들도 안다. 하지만 그 좌충우돌할 에피소드들을
기대하며 [내 생애 최고의 열흘]을 지켜보는 것이다. 20세기 폭스사가 매력적으로 느꼈던 부분도 바로 이 부분이 아닐까. 어쩌면 진부할지도 모를
그런 이야기가 주인공 캐릭터의 통통 튀는 매력과 작가가 펼칠 에피소드들로 인해 새롭게 느껴지는 것. 로맨틱 코미디를 보게 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마지막에 아빠를 기다리면서도 슬프지 않았던 것은 죽음이 이별이나 끝이 아닌 고대하던 만남으로 바뀌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먼저 가서
기다린다는 것. 이 소설처럼 천국이 정말 이러하다면 그닥 슬픈 일인 것만도 아니겠구나 싶어 피식 웃음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