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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언어 -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인문학 ㅣ 음식의 언어
댄 주래프스키 지음, 김병화 옮김 / 어크로스 / 2015년 3월
평점 :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인문학"이라는 부제가 붙은 [음식의 언어]는 댄 주래프스키라는 스탠퍼드 대학의 언어학 교수에 의해 쓰여졌다. 그
이름도 생소한 계량 언어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라는 그는 음식에도 일각연이 있어 '음식'의 언어에 주목해왔다고 한다. 그 언어 속에 문화가 담겨
있고 그 어원을 이해하는 것으로 현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특이하지만 귀에 쏙쏙 들어올만큼 옳은 말이었다.
'만찬용 아침식사'라는 요리파티에서 중국계 미국인인 아내 재닛을 만나 행복하게 살고 있을만큼 음식은 그에게 특별한 요소다. 취미생활이자
생활의 근간이며 연구재료이기도 하지만 로맨스의 오작교이기까지 했던 음식. 그런 그가 진지하게 밝히는 음식의 언어는 그래서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힐
수 밖에 없었다.
토마토 케첩은 포테이토 단짝으로 서양에서 건너온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관심을 가져본 일도 없었다. 그런데 이 케첩이라는 단어가 중국어에서
온 말이라는 것도 생경했고 반복어라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광둥어로 '케'는 토마토이며 '첩'은 소스에 해당되는 단어라는 것. 놀랍게도 이는
증빙될만한 자료가 뒷받침된다. 14세기~18세기 사이의 중국 푸젠성에서 쓰던 발효된 생선소스가 바로 케첩으로 불렸으며 이무렵의 무역상들이
유럽으로 가져가 영국에서 토마토가 더해졌고 미국으로 건너가서는 현대의 케첩처럼 설탕이 추가되었다고. 미국의 국민양념 케첩은 그렇게 돌고돌아
미국땅에서 전세계로 뻗어나갔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마카롱이나 마카로니 매커룬의 유래가 같다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었다. 물론 문화가 달라 그가 언급하는 모든 음식의 의미를 다
알지는 못했지만 요즘 즐겨보고 있는 케이블 프로그램인 [냉장고를 열어라]에서 노란 마요네즈를 만들던 장면이 생각났다. 타코와 부리토 같은 멕시코
음식을 즐겨 먹지 않아 사진이 있어도 그 맛은 혀끝에서 감돌지 못했고 섹스가 언급된다는 리뷰는 우리네 정서와는 맞지 않는듯 하여 살짝 건너뛰기
식으로 읽기도 했지만 대체적으로 내용들은 흥미로웠고 그 어원을 알고 먹는 일은 역시나 재미난 일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