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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에서 살아보기 - 어쩌면, 때로는… 그렇게
윤서원 지음 / 알비 / 2015년 5월
평점 :
빛나는 20대가 시작될 그 무렵. 내겐 꿈이 있었다. 한 곳에 머물러 살기보다는 각 나라를 6개월씩 머무르며 살아보는 것! 나는 비행기
안에서 노트북을 두드리며....고등학교 시절 내 단짝 친구는 외국 기업에서 일하는 것을 꿈꾸며 우리의 10년 후는 그렇게 살게 되리라 서로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10년도 훨씬 지난 지금 그 친구는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고 나는 노트북을 두드리며 방구석에 앉아 있다. 대한민국에
궁둥짝을 붙인 채로.
P 65 살면 살수록 인생의 성공은 좋은 남자를 만나는 것보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
낯선 곳을 여행하는 일보다 낯선 곳에서 살아보기로 하는 일은 분명 용기를 더 요하는 일이다. 하지만 인생의 레시피가 단 하나가 아니듯
인생을 읽는 법도 펼쳐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으로만 정해놓을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그녀의 적당히 자유로운 그녀의 삶이 살짝 부러워졌다. 서른
넷. 아무 것도 이루어놓지 않았으면 어떤가. 그 기준도 역시 타인의 것일 뿐인데......!
낯선 곳에서 살아본다는 건 나에게 적당한 여유를 준다는 의미이지 방탕하게 혹은 완전 자유롭게 살아보자는 의미는 아니었다. 딱 내가 생각했던
만큼의 삶. 그녀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가보지 않은 길을 써 놓은 일기장을 읽는 기분이 들어
즐거웠다. 충분히.
상처 앞에서도 솔직하고 할 수 있는 만큼까지 최선을 다하며 두번째 기회는 언제나 들어올 수 있도록 열어두는 것. [낯선 곳에서 살아보기]를
보며 그녀에게 배워나가고 있는 것들이다. 60세의 외국인 할머니가 그녀에게 언젠가 했다던 그 말. '잃을 게 뭐가 있어. 그래봤자 이혼인데
뭐!' 라니. 이처럼 쿨하고 심플한 답이 또 어디 있을까. 우리가 머릿 속으로 걱정하는 98%는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두려움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그래봤자 뭐~라며 용기를 내보고 싶은 일들이 생겼다. 그래서 책을 다 읽고 A4지 한 장을 꺼내서 리스트를 적기
시작했다. 버킷 리스트도 적지 않았던 나인데. 그래 어쩌면 이 타이밍도 내가 정한 것이라서 더할나위 없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떠나야 할 이유도 없지만 떠나지 않을 이유도 없다는 그 말이 귓가에 자꾸 맴돈다. 정말 누군가 멈추라고 한 것도 아닌데 나는 삶의 한가운데에서
그만 멈추어 서 있다.
안식이라고 생각했던 이 멈춤이 실은 모티브가 필요해서 연료를 채우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싶어진다. 시간을 소중히 하라는 의미....그
의미가 급하진 않아도 중요한 일에 내 시간을 할애하라는 뜻이라는 충고를 되새김질하면서 지금 이순간 나를 잡아주는 한 마디는 "1% 더 맛는
선택"이라는 말이었다. 나를 더 멋진 사람으로 변하게 만드는 선택들에 한 표를 던지면서 다시 A4한 장을 꺼내든다. 진짜 내가 원하는 마음을
꺼내보기 위해.
책은 내게 목적지가 아니라 함께 여행을 해주는 조용한 벗이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여러 나라에 살았던 것이 아니라 내 마음 속을
부지런히 뒤집으며 여행다닐 수 있었다. 좋아요! 버튼이 있다면 백만번쯤 눌러주고 싶을만큼 좋았던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