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환승역입니다 - 매일 여행하는 여자 정세영의 오늘
정세영 지음 / 프리뷰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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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300여명이 넘는 승객들을 만나고 있다는 DMZ트레인의 승무원 정세영씨. 하늘로 출근하는 비행기 승무원과 달리 열차승무원과는 여행 중 별로 마주친 기억이 없어서인지 그들의 유니폼, 서비스, 말투가 전혀 떠올려지지 않았다. 스튜어디스들이 '하늘로 출근한다'면  열차승무원들은 '매일 여행하는 여자'들이라는 그 표현이 너무 좋아 멀미가 심하지 않았다면 이 직업 괜찮겠는데....라는 마음이 들었다.

 

p150   이전과는 전혀 다른 직업을 선택해 하루하루가 나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 있다

 

20대 초반 전문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입사했으나 7년의 시간이 흐른 뒤 단국대 중국어과에 편입 열심히 공부했던 그녀응 스물 아홉이라는 적당한 나이에 중국으로 훌쩍 떠났다가 돌아왔다. 서른에 관광열차 승무원에 도전한 그녀가 전하길 '나는 추가합격 인생이에요'했는데 털어놓는 지난날을 보면 유난히 후보였던 시간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 여행길에 오르고 있는 그녀는 그 누군의 후보도 아닌 1등 인생을 살고 있으며 직업을 십분 발휘해 감성 여행작가이자 스토리텔러로 살아가고 있다.

 

그녀를 보니 한 개그맨이 떠올려졌다. 이제는 대한민국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그 이름. '달인 김병만'. 개그맨인데 웃기는 것도 약하고 수줍음도 심해서 그저 성실하게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기만 했다는 그는 성공의 시간은 오래걸렸으나 결코 그를 우리는 2인자라 부르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저자 정세영의 삶 역시 들여다보면 2인자의 삶은 아니었다.

 

P159  나는 매일 놀듯이 일을 한다

 

언제나 선택에 주저함이 없었고 선택 이후에는 성실하지 않았던 순간이 없었다. DMZ트레인에 발령 받아서는 나이는 제일 많았지만 기수로는 제일 막내로 들어가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함께 놀고 수다떨고 승객들과 여행간다는 기분으로 근무하고 있단다. 그래서인지 유독 즐거운 팁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는데 가령 여름과 겨울방학 시즌 '내일로' 티켓을 끊고 기차 여행을 즐기는 젊은이들을 '내일러'라고 부른다고 한다. 고맙게도 해외여행이 아닌 우리 나라의 아름다운 관광지를 보고자 티켓팅을 한 사람들이라는 거다. 일반 열차보다 운임이 비싼 관광열차가 내일러들에게는 50퍼센트나 할인을 적용해 주어 요즘의 내일러들은 가이드북까지 챙겨가며 여행다닌다고.

 

이렇게 즐겁게 일하니 고객들의 칭찬이 줄을 잇는 것은 당연지사. 꼬마 손님의 손그림 엽서에도 함박 웃음 지을 수 있는 그녀의 일터가 마냥 부럽기만 하다. 우리 모두 정해진 일터만을 고집하며 책상에 앉아 일할 필요가 있을까. 적성에 안맞을지도 모르고 함께 일하는 사람과 맞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는데..타인의 시선이 신경쓰여 그 자리에 엉덩이를 붙이고 있다면 나는 그들의 등을 두드려 [서른, 환승역입니다]를 들려주고 싶다. 한번 읽어나 보라고.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뀔거라고!

 

그녀는 지각인생을 살고 있노라고 고백했다. 남들과 다른 시간대를 살아왔으니 그리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나 역시 다른 인생을 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나는 그래도 우리는 참 행복하지 않았냐고? 묻고 싶어진다. 그녀에게-. 그리고 나에게-.

 

인생이라는 여행을 하고 있다는 그녀. 언젠가는 나도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다는 그녀의 승객이 되어 그녀의 미소를 경험할 수 있는 날이 올까? 그때까지 오래오래 그녀가 관광열차 승무원으로 재직하고 있어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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