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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의 작업 노트 - 데이비드 두쉬민의 창작을 위한 조언 ㅣ 사진가의 작업 노트 1
데이비드 두쉬민 지음, 홍성희 옮김 / 정보문화사 / 2015년 4월
평점 :
품절
사진에 관한한 나는 전문가가 아니다. 그래서 이 책의 내용을 마치 갤러리에서 그림을 감상하듯 바라보았다. '감정'이 주제가 되었다는
베니스의 사진들은 빛과 색감이 눈에 확 들어찬 사진이었고 그 찍는 과정들이 어떠했는지 컷당 설명이 자세히 나와 있어 사진촬영을 막 배우기 시작한
사람들에게는 분명 꿀팁이 되어줄 듯 싶었다. 이 참에 사진이나 정식으로 배워볼까? 라는 마음이 들만큼 괜찮았던 컷들이었으나 정작 데이비드
두쉬민은 베니스라는 도시에 별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고.
화가가 습작의 여행을 떠나듯 사진작가도 창작을 위한 시간이 필요한 듯 했다. 세 권의 책을 출판 후 허무한 마음에 떠났다는 아이슬란드에서
그가 찍은 사진들을 소개하며 밝힌 것처럼. 베니스와 달리 이 사진들은 구도와 배경이 먼저 보이는데 왠지 모를 쓸쓸함이 덧대어져 있어 감상하는
내내 숙연한 마음으로 바라보게 만들기도 했다. 눈을 감고 있으면 저 사진 너머에 히스클리프(폭풍의 언덕)가 서 있을 것만 같은 적막함. 나는
그의 사진에서 비워진 한 켠에 자꾸만 상상되는 단 한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반면 케냐의 사진들은 흑백으로 가려진 사진에서조차 그들의 미소를 덮을 순 없었는데, 자선단체인 BOMA프로젝트 팀과 함께 했다는 그에게
맡겨진 임무는 야생의 땅 케냐에서 삶을 찍어내는 일이었다. 그는 말했다. 인물 사진은 예측이 불가능하여 가르치기 어려운 분야라고. 클로즈업된
사진들이 왜 이토록 따뜻한 느낌을 자아내는가 했더니 이유는 스토리가 담겨 있어서 였다. 어떻게 찍을까는 기술적인 문제이지만 그 표정을 담아내는
일은 감성적인 문제다. 그래서 노련한 사진가는 찰나의 순간을 영원의 기록으로 바꾸어 놓는다.
P54 우리는 각자 다른 시간에 다른 이유로 사진을 촬영한다 '개인적인 순간'과
'경험의 기록'으로
아무리 천재적인 사진가도 한 번에 원하는 사진을 얻을 수 없다고 했다. '결정적인 순간'을 얻기 위한 비법은 결국 과정에 있었다. 몇장을
찍을지 정해놓고 찍은 촬영 속에서도 그냥 셔터를 누르는 것이 아니라 그는 한 프레임 안에 수많은 계산의 요소와 감상적 포인트의 구도를 잡아두고
신중히 누른다. 전문가와 취미가의 차이는 여기에서부터 다르다.
참 많은 사진을 구경한 것 같은데 다 보고나니 고작 30장의 사진 시리즈였다. 베니스, 아이슬란드, 케냐, 남극에서 촬영된 사진은 앞서
말한 것처럼 각각 다른 전시회에 가서 다른 화가의 그림을 구경하고 나온 느낌을 주었다. 그의 말처럼 사진예술에서 중요한 것은 장비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장비를 최대한 활용해야하는 것 또한 전문가로서 갖추어야할 테크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