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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그래피 매거진 3 심재명 - 심재명 편 - 우리 삶은 회화보다 영화에 가깝다, Biograghy Magazine
스리체어스 편집부 엮음 / 스리체어스 / 2015년 3월
평점 :
한 인물을 선정하여 그 인물에 대한 내용으로 그 한 권을 꽉꽉 채워 격월간으로 발행되는 잡지 <바이오그래피 매거진>에 영화
기획자 심재명이 실린다고 하여 얼른 그 책을 찜콩하였는데 일반 잡지와 달리 패션화보처럼 나온 잡지를 보고 "이런 잡지야말로 소장을,,,"이라며
친한 친구에게 소개하며 크게 웃고 말았다. 책을 좋아하는 내게도 요즘 책값들은 부담이 된다. 한 권에 20000원 가량하는 책을 손에 잡기라도
하면 10만원을 들고나가도 서점에서 살 수 있는 책은 채 5권이 되질 않을때가 많다.
출판사만 뭐라 할 수는 없다. 그만큼 물가가 올라버린데 비해 개인의 연봉은 동결되어 버린 탓도 있으므로. 하지만 삶이 팍팍할수록 사람들의
마음 속을 따땃히 데워줄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그 이야기들을 담는 그릇이 책이고 영화다.
p85 상업 영화의 최종 책임자는 제작자예요
법적 문제가 생겼을 때 진행과 책임은 물론 수익의 정산과 배분, 스탭을 고르고 배우를 캐스팅 하는 일에 이르기까지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판단은 제작자의 몫이었다. 그냥 될성 싶은 영화에 돈이나 투자하는 것이 제작자가 아니었던 것이다. 제리 브룩하이머 등등 헐리우드 대형 제작자들의
이름을 보며 그들은 돈이 많아서 제작하나보다 생각했던 치기 어린 생각은 바이오그래피 매거진 심재명 편을 보며 산산히 부서졌다. 제작자의 어깨는
상당히 무거워보인다.
심재명 대표는 소위 잘 되는 영화들을 골라온 것 같지만 들여다보면 그녀는 귀기울여야할 이야기들을 스크린으로 옮겨왔다.
<결혼이야기>,<공동경비구역 jsa>,<카트> 등등 우리가 알아야할 이야기를 상업적으로 대중화해서 보여준 것이
명필름이 지난 세월 해 온 일이었다. 영화진흥회의 통계자료에 의하면 명필름이 제작한 총 34편의 영화 중에서 손익 분기점을 넘긴 작품은
14편이라고 한다. 참 많은 제목들이 머릿 속을 스쳐가는데 고작 14편이라니....대한민국의 영화제작자로 살아가는 일은 일반 서민들이 살아가는
그것처럼 참으로 힘겨운 싸움이구나 싶어지는 대목이다.
이제껏 명필름의 대표로 심재명 이라는 이름 석자만 알고 있었는데 그녀는 남편과 공동대표직에 있었다. 그래서 여성 혼자 그 짐을 다 짊어진
쪽보다는 절반쯤 쉬웠을거라고 겸손히 말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추진력 강한 여성과 함께 사는 남자는 대체 어떤 남자일까 궁금해졌는데 비즈니스
감각이 뛰어난 이은 대표는 명필름 대표이자 명핌름영화학교 교장, 파주출판단지협동조합이사장, 한국영화제작가 협회 회장 등 총 4개의 직함을 달고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인물이었다. 역시 평범한 남자는 아니었던 거다. 연극영화학도였던 그는 상업영화가 아닌 노동 영화로 잔뼈가 굵어온
사람이었다. 1987년작 <공장의 불빛>이라는 16분짜리 영화 한 편이 인생을 180도 바꾸어 버렸던 것. 이후 심재명 대표와 결혼해
명필름의 공동대표가 되면서 크리에이티브한 쪽은 심대표가 파이낸싱이나 제작 현장 운영쪽은 이대표가 나누어 맡아 운영해 왔다고 했다. 그리고 이들
부부의 5년지대계는 헐리우드가 아닌 중국 영화 시장쪽을 바라보며 서 있다.
무엇보다 읽으면서 뭉클했던 건 명필름이 추구하는 기본 가치가 '사람'에 있다는 거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많고 쉽게들 입으로 말하고
만다. 하지만 이렇듯 결과물로 성실하게 보여주고 있는 영화사는 흔치 않아 나는 그들의 그 마음이 진심이라고 믿고 있다. 영화는 결국 사람사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고 그 영화를 완성하는 것 역시 사람이므로. 명필름이 사람을 대하는 그 자세가 발라서 나는 명필름의 영화를 더 사랑할 수 밖에
없다.
1세대 여성 프로듀서로 불리는 영화기획자 심재명이 세상에 내어놓을 다음 영화를 기다리며 바이오그래피 매거진이 다음 호에 싣게 될 인물은 또
누구일지 살짝 궁금해졌다. 어떤 인물이든 가볍게도 무겁게도 아닌 딱 이 정도의 무게로 인터뷰해주기를-.
위인전이 아닌 살아있는 인물의 인터뷰 북을 이토록 멋지게 보고 소중히 소장할 수 있다니...그것 또한 멋진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