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로의 인형
장용민 지음 / 엘릭시르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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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은 사실 영화로 보면서 그닥 감흥을 남기지 못했다. 그래서 작가의 이름을 쉽게 잊어버렸다. 하지만 [운명계산시계],[신의 달력],[궁극의 아이]등을 읽으면서 내게 장용민이라는 이름 석자는 믿고보는 브랜드가 되어버렸다. 어떤 식으로든 시시하지 않게 풀어가는 정성 가득 들인 플롯과 제프리 디버처럼 공들여 쓴 흔적이 물씬나는 방대한 양의 읽을거리를 제공하는 부지런한 작가이기 때문이다.

 

불로의 인형은 기원전 210년으로 되돌아가 진시황이 죽은 후 항우와 유방이 만나는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과거와 현재, 미스터리와 실마리를 교차하며 그 재미를 배가시키는 이야기 속에서 3국의 역사를 뛰어넘는 그 무엇을 발견해내는 일이 무엇보다 즐거운 일이었다. 미술관 큐레이터로 근무하며 성공적인 삶을 자축하던 가온에게 아버지의 부고가 전해진 것은 그가 막 췌장암의 존재를 알게 되고 나서였다. 자신의 미래를 좀먹는 암덩어리와 인연을 끊고 살았던 아버지의 죽음. 어느 쪽이 더 그에게는 스트레스였을까.

 

가온은 평생 아버지를 미워했다. 떠돌이 광대의 삶에 빠져 가족을 돌보지 않았고 결국 죽고 나서도 배다른 여동생만 남겨놓았기 때문에. 그런 아버지의 죽음이었지만 자살이 아닌 타살의 흔적을 발견하고서는 남의 일처럼 곧바로 돌아서지 못했다. 그리고 배다른 여동생 '설아'가 보여준 아버지의 인형 컬렉션 속에서 그는 범상치 않은 인형 하나를 발견해냈다. 고대 중국의 유명 화가이자 발명가였던 백안 창애가 만든 인형. 그는 마주보기도 추악할 정도의 곱추였는데 그 재주는 또한 신통방통하여 진시황의 불로초 원정대에 요긴하게 쓰였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처럼 간사하기 이를 데가 또 어디 있을까. 그의 재주를 몰래 써오던 '서복'은 그 옛날의 서복이 아니었다. 왕의 감투를 쓰고 점점 진시황을 닮아가더니 급기에 그 역시 불로장생에 집착하기 시작했는데 불로초는 영생뿐만이 아니라 만병을 치유할 수 있다는 설이 있어 창애 역시 그 불로초가 필요하던 참이었다. 아내가 죽음으로 잉태한 자신의 딸이 곱추였기 때문에.

 

불로초의 위치를 발설한 전령을 살해하고 영주산으로 떠났던 창애는 다시 잡혀와 갖은 고문을 당하면서도 끝내 불지 않았던 그 비밀을 죽기 직전에 만든 여섯개의 인형에 기록하였고 그 인형들을 각각 여섯 제자의 손에 들려 아들에게 전하라는 유언을 남긴다. 하지만 추적대에 쫓겨 여섯 제자들은 중국과 일본 등에 뿔뿌리 흩어져 버렸고 추후 그 여섯 인형이 모이는 '삼우회'를 십년에 한 번씩 열어 그 비밀을 확인하다 어찌된 영문인지 100년 전 갑자기 그 모임이 중단되어 버렸다. 그리고 100 여년이 지나서야 누군가에 의해 다시 초대장이 인형의 주인들에게 전해지고 말았는데......!

 

 

p167  여섯 개의 인형이 모이면 사달이 난다

 

 

죽은 아버지는 왜 여섯 개의 인형이 모이는 것을 그토록 무서워했던 것일까. 그가 알아낸 불로장생의 비밀은 무엇이었을까. 이 모든 비밀의 가운데 '설아'가 존재했다. 신선에게서 아비에게로, 아비에게서 자신에게로 전해진 불로의 힘. 아비를 끝내 용서하지 못했던 아들 가온과 아비에 의해 구해졌으나 추악한 진실과 마주하고난 뒤 괴로워했던 설아. '천 년을 하루처럼 하루를 천 년처럼'라는 말을 남기고 바다로 사라진 설아와의 만남이 고작 10일간의 이야기라는 것을 자각하지 못할 정도로 이야기는 무섭게 몰아쳐 '읽는다는 것'에 전력투구하게 만든다.

 

정말 여섯 개의 인형이 모이면 늘 사달이 났다. 인형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욕심이 문제였던 것이다. 이 이야기가 영상화 되면 어떨까 잠시 떠올려본다. 가상의 캐스팅을 해보고 몇몇 명대사들을 떠올려본다. 책으로 읽어도 즐겁지만 영상으로 즐겨도 즐거울 듯한 이 이야기가 묻히지 않고 수면으로 떠올라 많은 이들에게 보여졌으면 좋겠다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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