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학 스캔들 - 불꽃 같은 삶, 불멸의 작품
서수경 지음 / 인서트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예이츠, 엘리엇, 브라우닝, 피츠제럴드,셰익스피어,브론테,워즈워스 등등은 10대때부터 좋아했던 문학가들이거나 알고 있던 이름들이다. 특회 20대엔 영문학, 영시 등에 대한 레포트를 쓰게 되면서 그들의 작품에 한껏 심취해 있었는데 30대에 접어들면서 확연히 멀어지게 된 이름들이다. 25인 중 내가 알지 못하는 이름은 없었다.

 

하지만 [영문학 스캔들]을 읽으면서 깨닫게 되었다. 내가 정말 그들을 제대로 알고 있었던 것일까? 그들의 이름과 유명세만 겉핥기 식으로 알면서 그들을 다 안다고 착각했던 것은 아닌가 심각하게 고민하기에 이르렀다. 불꽃 같은 삶을 살았던, 문학의 역사 속에서 그 이름을 빼 놓을 수 없었던 그들을 작품이 아닌 삶의 현장에서 마주치게 될 줄은 몰랐기에 그 어느때보다 반짝이는 눈망울로 이미 무덤 속으로 들어간 그들의 과거를 탐닉해 나갔다.

 

작가에게 집착이란 필요한 성격의 한 면인 것일까. 유독 예술가에게서 많이 보여지는 이 집착에 대마왕 격인 남자인 예이츠는 사랑했던 여인 '모드 곤'에게 일명 호구(?)였던 동시에 그의 딸에게까지 거절 당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는데 반대로 말하자면 그 고독과 끝없는 갈구가 그의 시를 더 명작으로 만든 것은 아닌가 싶어진다. 고독이 작가의 영원한 동반자이듯 말이다. 하지만 인간의 삶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보다 더 불행한 남자의 삶이 또 어디 있을까 싶어질 정도여서 가엾다. 엘리엇이라고 다른 삶을 살았을까.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4월에 잃어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는 멋진 명구를 남긴 시인은 사실 동성애자였다고 한다. 그가 4월에 뺏긴 이도 남자였으며 그로 인해 그는 부인도 애인도 아닌 동성애 연인에게 멋진 시를 남겼다. 비난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누구를 사랑하든 그 대상에 대한 사랑과 책임으로 오롯이 그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 사랑에 대한 책임을 처음부터 끝까지 아름답게 마무리한 커플이 있다. 화무십일홍이라는데 배우처럼 예쁜 얼굴도 아닌 그 재능만 하늘의 별처럼 빛났던 39세의 시한부 장애 여성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도피를 감행하여 그녀의 사후에도 홀로 그녀만을 그리워하다 죽은 남편이 있다면 ....더군다나 이 이야기가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닌 실화라면 믿어지겠는가. 사춘기 시절부터 좋아해서 번역본부터 그 원시까지 줄줄 외고 다니던 부부시인 '브라우닝'의 삶이 그러했다. 엘리자베스 브라우닝의 시부터 로버트 브라우닝의 시까지 나는 이 부부의 달콤한 시를 너무나 사랑했다. 접했던 시기가 사춘기라서 더 그러했을 것이고 아름다운 시어들이 감성을 자극해서 헤어나오지 못한만큼 중독되어 있었다. 그랬는데다가 이들의 해피엔딩 러브 스토리까지 겸해지니 완벽 그 자체였던 것이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 약간의 의심이 들긴 했다. 정말 이토록 완벽할 수 있을까. 그랬을까? 과연. 이라는 옳지 못한 의심의 자락이 스멀스멀-.

 

그 외에도 서프라이즈에 등장할만큼 놀랍고도 재미난 이야기들이 책 속에는 가득했는데,

 

길에서 요절한 에드거 앨런 포, 오븐에 머리를 넣은채 작의적인 자살을 선택 해버린 실비아 플라스, 개츠비처럼 살다 간 피츠제럴드, '셰익스피어의 누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낼만큼 파격적이었던 버지니아 울프,엘리엇이나 오스카 와일드에 버금가는 동성애로 세상을 놀라게 만든 테네시 윌리엄스, 유례없이 생전에 명예와 부를 다 누렸으나 권총 자살을 해 버린 헤밍웨이, 혈통상(?) 방탕해서 2년 동안 200여 명의 여성들과 성관계를 맺고 이복 여동생과 근친의 스캔들을 일으켰던 바이런 의 삶이 궁금하다면 꼭 [영문학 스캔들]을 탐독해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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