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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푸라기 여자
카트린 아를레 지음, 홍은주 옮김 / 북하우스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금요일날 이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왜 하필 금요일이었을까. 사실 첫문장은 중요하지 않았다. 어느 평범한 금요일에 평소와 다를 것
없이 신문의 6면을 펼쳐들었다가 눈에 띈 '결혼 상담란' 공고가 운명을 바꾸었을 뿐. 매주 금요일에 배달되는 신문에서 인생을 바꿀 만한 배우자를
찾게 되길 꿈꿔 왔지만 그녀는 신데렐라를 꿈꿀만큼 순진하진 않았다. 공상적이지도 감상적이지도 않을만큼 현실에 대한 인지도 있었고 자각도 있었다.
P9 가족도 없고 매인 데도 없는 호화로운 생활을 원하는 분. 순진한 아가씨나 감상적인 늙은 여자 사절
조건은 딱이었다. 함부르크 출신이었으며 위험이라면 질리도록 겪었으며 낭만적인 환상 따위는 없는 천애 고아. 번역일로 하루하루 먹고 살던
가난한 서른 넷의 여자에게 그 공고는 새로운 삶에 대한 티켓이었다.
힐데가르트 마이스너. 악마의 유혹에 한 손을 내민 그녀의 이름은. 집세를 지불하고 생활비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있는 열흘. 한 달이
열흘인 삶에서 벗어나고자 똑똑하게한 선택이 그녀의 나머지 삶을 망쳐버릴지 미처 알지 못했다. 62세의 안톤 코르프에게 테스트를 당하는 동안엔.
그는 73세의 별난 갑부 칼 리치먼드의 오른팔로서 평생을 고집불통 노인네의 뒷치닥거리로 생을 허비해왔다. 그리고 이제 노인의 죽음을 목전에 둔
상태에서 그 합당한 보답을 받기 위해 힐데가르트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리고 둘은 '결혼'을 두고 일생일대의 공모를 꾸미기
시작했는데.....!
1956년작이라는 '지푸라기 여자'는 지금 읽어도 올드한 맛이 전혀 없는 스토리라인으로 읽는 독자의 눈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작품이다. 흡사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를 읽을 때와 마찬가지의 안타까움마저 느껴지는데 이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젊은 여인들이 올바르지 못한 선택을 한 결과가
행복이 아닌 자신의 삶을 파괴하는 것으로 종결지어지기 때문이다. 이 결과를 보고 어리석다라고 코웃음 칠 수도 없는 것은 바로 이 순간에도
그녀들과 같은 선택을 하는 여인들이 전세계 곳곳에 퍼져 있을 수 있기에 웃음이 쉽게 목젖을 타넘어가진 않는다. 무엇이 그녀를 이토록
몰아세워갔는지, 이성을 잃고 감성마저도 놓아버린 채 괴물로 전락하게 해 버렸는지......! 과연 그녀의 잘못된 선택이 목숨을 놓아버려야할
정도로 무거운 것이었는지...세상을 향해 서평으로 물음을 대신 던지면서 나는 이 지푸라기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누구에게 들려주면 가장 좋을까
고민 중이다. 항상 새로운 이야기를 접하고나면 가장 적절한 사람들에게 썰을 풀곤 하는데 이 이야기는 누구를 대상으로 전해야할지 밤새 생각해보고
이 책을 선물해야겠다. 싶다. 그 감상을 공유하길 요청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