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작의 탄생 - 2014 제5회 김만중문학상 금상 수상작
조완선 지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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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회 김만중문학상 금상 수상작은 그 어느 문학상의 대상보다 훨씬 재미있고 알찼다. 역사적인 두 인물을 한 서적으로 교차시켜 그 미스터리 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작가의 영리함이 독자의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 탐정소설보다 더 스피드하게, 스릴러보다 더 짜릿하게 읽혀진 '걸작의 탄생'! 빽투더 '90대가 아닌 빽투더 조선시대로 되돌아가고 싶게 만드는 매혹의 요소가 가득했다.

 

움베르토 에코의 역작 '장미의 이름'은 수도원의 수도사들이 금서 하나로 인해 차례차례 독살되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책 한 권이 대체 무엇이길래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 것인가. 짧은 소견으로 든 생각은 그러했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들은 책 때문에 죽은 것이 아니었다. 금지하고 있는 것에 대한 반항적 열망. 그리고 멈출 수 없는 호기심. 결국 이 두가지로 인해 죽음의 강을 건널 수 밖에 없었다. '걸작의 탄생'도 마찬가지였다. 책 한 권으로 인해 글쓴이 허균은 목숨을 잃었고 금서인 그 책을 뒤쫓던 연암 박지원은 위험에 처했다. 당대 최고의 지식인들이었던 그들조차 멈출 수 없게 만든 '호기심'. [교산기행]은 그들에게 그런 책이었다.

 

'조선 천지간의 괴물'으로 불렸던 저자 허균은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내였다. 역사 속 인물들은 어딘지 모르게 뒤틀려 있거나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 종종 걸음쳤던 것과 달리 당대 최고 명문가의 적자이면서 형제 자매가 다 문에 능하고 자신의 재능이 나라를 뒤흔들만큼이었으니 평생 호의호식하며 살 수 있는 금수저 인생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의 초중년 운과 달리 말년운은 사납기 그지 없었다. 말도 안되는 모함으로 역모죄로 다스려져 여섯 조각으로 몸이 찢어지는 거열형을 당했던 것이다. 가장 놀라운 사실은 조선 역사 속에서 훗날 복권되지 않은 이는 허균 하나라는 점이다. 그 죄가 얼만큼 큰 것이었길래. 과연.

 

우리는 여전히 허균의 '홍길동전'을 읽으며 성장하고 있다. 조선이 망하고 일제 시대를 지났고 대한민국이 건국된지 한참이 지났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저자 허균의 삶이 이토록 비참했음을 아는 이는 많지 않았다. 소설은 [홍길동전]을 쓰기 위해 홍길동의 발자취를 찾아 그의 활동지인 문경과 변산을 오갔던 '교산'과 교산이 소설을 완성하기 위해 남긴 또 한 권의 기록물을 찾아 문경과 변산으로 교산의 발자취를 찾아 답보한 연암의 이야기가 교차되면서 씨실과 날실처럼 이야기를 완성해나간다.

 

그 첫 출발점은 책쾌 조열이 '허균의 책'을 구해오마 약조하고 떠났다가 살해당한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이에 한껏 기대치에 부풀어 올랐던 연암 박지원은 어진 책쾌의 죽음과 그토록 갈망했던 책의 소재를 수소문하기 위해 길을 떠나고 그 곳에서 또 다른 죽음과 마주하게 되었다. 그리고 놀라운 일은 백년도 더 된 홍길동의 추종 무리들이 조용히 조선 땅을 떠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낙원이 바다건너 일본인지 자세히 그려지진 않았으나 계급이 없고 신분의 귀천을 따지지 않는 곳으로 떠나는 사람들이 모두 '홍길동의 나라'를 염원하고 있음은 두 말하면 잔소리 세 말하면 입 아파질 소리였고 결국 떠나지 못했으나 자신의 뜻을 펼쳐볼 용기를 낸 허균과 결국 책을 얻지 못했으나 자신의 글을 완성할 수 있었던 연암의 뒷 이야기로 마무리 된다.

 

한 세기를 사이에 두고 태어난 두 천재들의 보폭에 맞추어 글을 읽어 나가는 일은 독자에겐 긴장감을 주는 동시에 즐거움도 함께 던져주어 정신없이 빠져들게 만드고 그들이 꿈꾸던 세상을 여전히 꿈꾸는 사람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든다. 그 세상은 여전히 오지 않았다. 어쩌면 우리는 꿈만 꿀 뿐 그 세상을 이루어낼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17세기에도 18세기에도 21세기에도 여전히 허균, 박지원 같은 우리들이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점이 중요한 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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