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춘향전 - 제8회 대한민국 디지털작가상 대상작
용현중 지음 / 노블마인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백설춘향전이라는 이름만으로는 동서양의 동화혼합판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었다. 계모의 질투에 의해 생명의 위협을 받아야했던 백설공주와 탐관오리의 헛된 욕망과 신분에 얽매여 고초를 겪어야했던 춘향의 이야기는 교차점을 찾을 수 없을 것만 같았는데 묘하게도 이들은 한 사람으로 녹아날 수 있었다. 거기에다가 영조임금의 생모인 숙의 최씨의 사연까지 보태어져 이야기는 역사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리얼로 읽힐만큼 사실감 있게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내고 있었다.

 

월매는 선녀 꿈을 꾸고 성가 양반의 딸을 낳았다. 백설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싶을만큼 아름다웠던 아이는 어미 월매의 열망을 담아 봄향기 담긴 '춘향'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우게 되었다. 그 딸이 자라 노론가의 이몽룡 도령을 만나 사랑에 빠질 때까지만해도 어미 월매는 춘향의 운명이 겨울 한파 속에 흔들리는 한떨기 꽃같으리라고는 미처 예상치 못했다. 어미의 팔자를 닮는다는 말을 딸이 좋아할리 없었으나 춘향의 그것은 월매의 그것보다 더 고약했으니 사랑하는 님을 보내는 것으로도 모자라 변학도의 수청을 거절하여 옥에 갇히었으니 종국에는 그가 뿌린 더러운 소문 때문에 고향을 등져야만 했다.

 

변학도는 춘향을 탐했던 탐관오리로만 알려져 있었으나 소설 속에서 그는 정혼자의 과부 숙모와 정분이 났다가 두 여인 모두를 불행하게 만든 남자로 종국에는 출세에 눈이 멀어 왕의 여인이 된 춘향을 해하려 한 극악무도한 놈으로 그려져 있었다. [백설푼향전]속에서 변학도는 욕망에 눈이 먼 사내가 아니라 사람의 탈을 쓴 금수로 묘사되어 있었다.

 

p367 누구나 어려운 시기를 갖는다

 

살려고 하면 죽을 것이요, 죽으려고 하면 살 수 있다고 했던가. 목숨을 내던진 춘향은 난쟁이들이 사는 숲에서 양 아버지를 만나 궁궐로 들어가 왕의 여인이 되었고 훗날 왕이 될 아들을 낳았다. 비록 동화는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지는 못했지만 두 이야기가 이어져 새로운 하나의 이야기가 되고 역사와 맞물려 정말 있었던 이야기처럼 읽히는 일은 참으로 재미난 일이었다. 남존여비사상이 강했던 조선의 여인에게는 사실 선택의 폭이 좁은 삶이 주어졌지만 [백설춘향전]의 춘향은 그 누구보다 넓고 높은 폭의 삶을 살다간 여인이라 흥미롭지 않을 수 없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