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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 : 우리가 몰랐던 신비한 땅이야기
민홍규 지음 / 글로세움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p11 인생은 성근 대숲의 바람과 같다. 지나고 나면 소리가 없다.
일이 생기면 열심히 살고, 일이 지나면 마음도 비워야 한다
손석우옹의 [터]를 학창시절 신명나게 읽었다. 풍수지리를 맹신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연을 읽고 사람의 삶을 살피는 학문이라는 관점에서 나는
이를 미신으로 터부하지도 않는 편이기 때문이다. 어느날 텔레비전에서 새로만든 국새에 문제가 있다고 떠드는 것을 보았는데 그 뉴스에서 이름이
언급되던 이가 동일한 제목의 [터]라는 책을 내었다고해서 꼭 구해 읽어야겠다 싶어졌다.
'세불 민홍규'는 국새를 산청에서 완성하려고 했다. 담긴 의미를 실현시켜 줄 수 있는 힘을 가진 땅이 바로 그곳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국운융성과 국민화합의 뜻이 담긴 4대 국새 '태평새'는 세상풍파 앞에 던져졌다. 아이를 낳아도 삼칠일이라고 하여 금줄을 걸고 불운을 며칠이나마
멀리 하게 하는데 나라의 국새를 완성하는 일에 사람들이 협조하기는 커녕 너무나 태만하게 일처리를 행해버렸기 때문이란다. 산청군에서 사람 손 타지
않도록 관리해 달라는 신신당부를 뿌리치고 펜션타운을 짓는다는 명목하에 산을 훼손해버렸디 때문이다. 재앙의 시작은 세불에게서 시작되었으나 끝없이
계속되어졌다. 공무원들이 터의 기운을 무시하고 자기들 멋대로 일처리를 해 버렸기에. 인간의 무지와 관료들의 안하무인의 끝은 대체
어디까지인지...이쯤되면 화가 머리끝까지 뻗쳐진다. 아, 대한민국이여!
이우혁의 소설을 비롯 일제시대 일본의 학자들이 우리 나라의 혈자리를 다 끊어놓은 것, 풍수지리를 기초로하여 국운을 바꾸어 버린 것을 읽으며
울분을 토하지 못했었는데, 이젠 타인들에 의해서가 아닌 우리가 우리스스로의 눈을 찔러대고 있는 형상이니 어찌 한숨이 나오지 않으리오.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한 일은 한숨을 내쉬는 일이었다.
믿고 믿지 않고의 문제가 아닌 것 같았다. 굳이 해롭다는데 눈 앞의 돈 몇푼의 이익을 위해 목숨을 가벼이 여기는 사람들의 선택에 대한
안타까움이었다. 산청군수는 그 좋은 터에서 배출괴었으나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 결국 터의 화가 가족에게 미쳤다. 터의 울음을 듣지 못하는 나 같은
일반인이게 그 울음소리가 들리는 사람들의 경고는 그래서 예언이 되고 조언이 된다. 미신을 믿자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자는
것인데, 고집센 사람들은 제 목 앞에 칼날이 다가와 있는 줄 모르고 자연을 밟고 이치를 보지 않으려고 한다. '터' 같은 장르의 책을 읽다보면
참으로 눈에 보이는 것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에 귀를 기울이며 살아야 후회없는 삶을 살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걱정스러운 일은 그 터가 여전히 복원되지 않고 있다는 거다. 그리고 대한민국에 흉흉한 사건은 계속되어지고 있다.
p14 무릇 아는 자에게는 책임이 따른다
하지만 아는 자에게 힘이 없다면 그 책임을 다하기에 어려움이 따른다. 책을 읽은 결론은 그랬다. 한숨은 당분간 계속 이어질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