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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아픈 줄도 모르고 - 불안할 때, 심리학
가토 다이조 지음, 이정환 옮김 / 나무생각 / 201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타인의 시선에서 100%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무인도에서 사는 삶이 아니라면.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사실을 인정하고나면 맘이
조금쯤은 더 편해진다. 내 평생 나라는 존재 하나만 알아가기도 벅찬데 타인에 대한 충고를 하면서 산다는 것은 얼마나 오만하게
느껴지는지......! 그래서 서툰 충고나 의견을 피력하는 일은 나이가 들수록 점점 줄이고 있지만 혹시 '내가 좀 더 살았다고, 좀 더
배웠다고, 좀 더 경험해봤다고' 잘난척 한 적은 없는지 뒤돌아보게 된다. 순간순간.
내 마음을 올바르게 이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던 내게 책 속 어느 한 부분은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독일의 한 정신의학자가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은 유형으로 '멜랑콜리
유형'을 정의내려놓은 부분이었다. 욕구나 기대치가 너무 크다보니 적당한 선이 없이 사는 사람을 뜻하는데 지나치게 열성을 보이다가 병에 걸리기
쉽다고 했다. 자신감이 없는 사람이므로.
칭찬을 먹고 살지만 반대로 칭찬이 없을까봐 전전긍긍해하고 주목받지 못하면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 그러고 보니 유독 조직 내에서 열정적으로
업무를 행했던 사람들은 이런 유형들이었던 것만 같다. 나 역시 20대의 어느 즈음에는 이런 유형으로 잠시 살지 않았을까. 나의 위치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보다는 그저 정신없이 살기만한 아까웠던 20대. 베스트가 아닌 베타를 목적으로 했다면 인생이 좀 더 평온하게 흘러왔을까. 하지만 그
때의 그 열정이 없었다면 나는 지금 이만큼도 이룩해놓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나마 열심히 달려왔기 때문에 지금 이런 칭찬과 인정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러고보면 우월감도 열등감도 약으로 쓰이면 나를 발전시키는 도구가 되고 독으로 쓰이면 나를 해하는 무기가 되는 것 같았다. 인생의
출발선에서 그리 멀리 오지 않은 것 같은데 생각하며 살았더니 남겨지는 것들이 있었다. 이렇게.
20대엔 책을 읽으면서 메모하고 내것화하기에 바빴다면 30대가 되니 독서 중간중간에 책을 놓고 잠시 나의 삶과 비교해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겨 좋은 듯 하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마찬가지로 나 자신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태도를 갖고 산다는 것 또한 그리
나쁜 방편이 아닌 듯 싶다. 무엇보다 하루하루 주어지는 일상에 감사할 수 있고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좀 더 따뜻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으며
실수와 상처를 보다듬어가며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생은 언제나 불안하다. 두려움이 있고 주저함이 생긴다. 하지만 나를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게 되면 그 불안함 속에서도 한발한발 조심조심
디뎌가며 인생을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게 된다. 가토 다이조의 [나는 내가 아픈 줄도 모르고]를 읽으며 깨달은 인생의 멋진 교훈은 바로 이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