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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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을 읽으면서 나는 작가의 머릿속이 문득 궁금해졌었다. 대체 이런 상상력은 어디서 나오는 거지? <할매가 돌아왔다>는 작품을 읽었을 때만큼이나 충격적이었던 작품 속 내용은 마치 어디로 튈지 모르는 얌체 고무공을 손에 쥐고 있는 느낌이랄까.

 

요상한 정신과 의사가 등장했던 <공중그네>나 그 결말이 엉뚱해서 기억 속에 오래 남은 <오즈의 닥터>처럼 세상 모든 바보들에게 던지는 웃음 핵폭탄격 소설인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는  전작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보다 훨씬 유쾌하고 조금 더 엉뚱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최대 게토의 공동변소 분뇨 수거인들은 실제인지 아닌지 검증과정을 거치지도 않은 채 "까막눈이"라고 불리고 있었다. 그 중 경력이 9년이나 된다는 열네 살 되는 여자 아이 놈베코는 자기 성도 정확히 몰랐지만 매우 부지런했다. 열 살 무렵, 소녀의 월급으로 환각제만 사는 엄마에게 모든 것을 끊든지 아니면 죽음을 택하라고 말했을 때도 나는 그녀의 엄마가 재활의 의지를 가지고 딸과의 인생을 선택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버지가 없이 아이를 낳아놓고도 그녀의 엄마는 죽어 버렸다.

 

p19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세상에 홀로 던져진 10살짜리 여자아이. 다섯 살때부터 나르던 분뇨통을 계속 지어 나르는 것 외에 더이상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없었던 놈베코의 상황은 더 좋아지지 않았다. 늙은 이에게 성폭행을 당할 뻔 했고 열다섯 살엔 차에 치여 죽을 뻔 하기도 했으며 비밀 연구소에 갇혀 핵폭탄 개발에 참여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때도 연구원의 신분이 아닌 청소부의 신분이었다.

 

3메가톤급 폭탄이 실수로 세상에 나와 있었지만 까막눈이 여자인 놈베코는 그 핵폭탄을 10년이나 집에 둔다. 무슨 적금 통장도 아니고 세상에 놈베코 같은 여자는 단 한명도 없을 테지만 배우지 않고도 셈을 기가 막히게 해내는 그녀는 언어능력까지 뛰어났는지 중국어를 배워 중국 수상과 가깝게 지내고 스웨덴의 대사까지 된다. 무슨 동화 같은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영화 '포레스트 검프'처럼 자신 곁을 스쳐지나는 고난의 끝에서 달콤한 초컬릿 같은 행복과 마주했듯 별별 일들을 다 겪고 마흔 일곱에 아이까지 낳으면서 놈베코는 기적의 주인공처럼 행복해졌다.

 

크게 웃게 만들기 보다는 유쾌한 느낌으로 계속 읽게 만든 요나스 요나손의 소설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아주 훌륭했으며 가독성까지 뛰어나 끝까지 미소짓게 만든다. 이 세상에 그녀처럼 엉뚱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진짜로 존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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