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호 - 조광우 장편소설
조광우 지음 / 아르테미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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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음모였다. 치졸하고 못난 애국심이었으며 국적을 떠나 사람이 사람이고자 하는 마음을 버렸을 때야 할 수 있을 법한 행위였다. 작가 조광우의 신작 장편 소설은 그 얇은 길이감에도 불구하고 읽는 내내 무거운 무게감으로 어깨를 짓누르곤 했다. 단 한 순간도 편하지 않았던 내용 탓에 나는 읽고나서도 며칠 밤을 끙끙대야만 했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그들은 어쩌면 변하질 않는 것인지. 물론 모든 일본인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굿바이, 일본!

 

 

 

p 268  우리가 한 일을 생각해봐요. 우리는 진실을 밝히는 수사를 한 것이 아니라 진실을 묻는 작업을 했어요.

 

엠바고. 국가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을 때, 국가가 언론을 향해 일정 시기동안 보도를 멈추어 달라고 요청하는 행위를 뜻하는 엠바고를 소설 속에서는 범죄를 은닉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하지만 여론이 거세질 것을 우려한 언론사에서는 일본의 자작극을 대서특필했고 사건의 전말을 밝히기 보다는 축소은폐하기 위해 살인을 정당화 한 일본의 극우세력의 행동은 전혀 소설 속에 국한 된 이야기로만 읽혀지지 않았다. 현실에서 일어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만큼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지 않은 일본의 도발 앞에서 언제나 묵묵무답뿐인 힘 없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살면서 [19호]라는 소설을 읽게 된 일은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니었다.

 

일본에 불법 체류 중인 송소희라는 한국인 여성의 자살 사건을 필두로 해서 밝혀진 '원정녀 몰카 시리즈'는 한국인 매춘부들을 한 일본 남성이 범하는 장면을 찍은 동영상이 유포되면서 사람들을 경악케 만들었다. 그 와중 나가노현 작은 마을 산속에서 사토시라는 남자가 피살되고 남근이 잘린 채 발견된 그 끔찍한 형상은 이 사건이 원한에 의한 것임을 시사하고 있었는데, 야쿠자 인력업체 사장인 사토시가 원정녀 몰카 시리즈라는 동영상을 찍은 장본인이며 인터넷에 유포했다는 사실이 추가로 밝혀지면서 용의자는 한국인이자 몰카에 등장하는 이현정으로 몰아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나가노현 형사반장인 유우키와 성범죄 전문 수사관 스즈란은 용의자를 쫓고 사건을 파헤쳐가면 갈수록 한국 여성들이 깊게 연류되어 있으며 오히려 그녀들을 둘러싼 더 큰 범죄 세력의 기운을 느끼게 되는데......!사건의 끝에서 만난 진실은 그들로 하여금 진실을 모두 다 오픈 할 수 없는 한계점을 겪게 만들었고 그나마도 한국 여자들이 목숨걸로 대동단결해서 스스로 밝혀낸 것들이어서 치욕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일본을 위한 선택은 그들 자신을 부끄럽게 만들고 말았으니.....!

 

작가는 아베 총리의 한 발언에 불끈하며 소설 집필을 시작했다고 한다. "한국에 기생집이 있어 매춘을 일상적으로 행한다"니 세계적인 av국가인 일본에서 우리에게 할 말인가 말이다. 망언에 망언을 거듭하면서도 국제 사회에서 신사국임을 자처하고 있는 일본의 가식적인 이면 뒤의 무시무시한 야욕을 나는 이 소설 한 권을 통해 엿볼 수 있었다. 무서워졌다. 소설은 허구라고 말하고 있지만 과연 허구로만 봐도 좋을 것인가. 픽션과 수작이 만나 리얼리티를 얻는 것을 경계해야한다고 하지만 슬프게도 그들이 택한 지도자가 교활한 자이기에 이 소설은 그저 가볍게만 읽히지는 않았다. 한국인인 내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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