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중궁궐 여인들 - 관능으로 천하를 지배한
시앙쓰 지음, 신종욱 옮김 / 미다스북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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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도 다르고 살았던 시대도 다른데 역사를 알아가다보면 참 비슷해서 떠올려지는 인물들이 있다. 중국 한나라를 세운 제후 유방의 아내인 여치는 그가 한 고조가 되었을때 여후로 불리며 여제로 등극했다. 정말 그것 두 쪽 밖엔 없었던 유방의 조강지처로 시집 가야했던 여공의 큰 딸 여치. 여치와 유방은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 부부가 떠올려진다. 여치를 얻음으로써 정치의 길이 열렸고 여치의 내조로 황제가 된 유방. 누군가는 유방으로 인해 여치가 한나라의 첫 황후가 될 수 있었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책을 찬찬히 읽어보면 유방이 아내를 잘 얻었던 것이 아닌가 싶어진다. 클린턴 대통령부부의 조합처럼.

 

그에 반해 궁이라는 커다란 담장은 여인들의 마음을 독약보다 더 독하게 만들곤 했는데 한 남자의 수많은 여인들이 그 궁 담 안에서 펼쳤어야 할 암투와 잔혹사는 상상을 초월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누가 그녀들을 독하고 나쁘다고만 말할 수 있을까.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 남을 해하기도 했고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해 짓밟기도 했다. 그들을 경쟁하게 만든 그 상황이 나쁘지 변해버린 그들을 악독하다고만 말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 생각되어졌다. 그들 역시 처음부터 그렇게 악녀들은 아니었을 텐니 말이다. 물론 행한 일들만 보면 입이 쩍쩍 벌어질만큼 잔혹했지만.

 

궁궐의 담 안에서는 별의별 일이 다 벌어졌다. 자신의 젖을 물려 키운 황제의 연인이 된 객씨부인 같은 유모도 있었고 외삼촌 혜제에게 시집가 평생을 처녀로 살다 죽은 황후도 있었다. 한 남자를 함께 모신 조시 자매도 있었으며 상인의 가기(노래하고 춤추는 여인)이자 첩이었다가 그 남자의 아이를 가진 채 다른 남자에게 바쳐져 태후가 된 진시황의 어머니 조태후같은 여인도 있었다. 스캔들급 사랑도 있었고 불륜은 널리고 널렸으며 그 속에 로맨스도 싹텄던 중국의 왕가. 결국 왕조의 몰락과 여성의 절대권력은 함께 할 수 밖에 없었는지 가 황후도 측천무후도 서태후도 그녀대의 절대 권력 이후에는 국가의 몰락을 초래하고 말았는데, 반대로 생각하면 나라가 어지럽고 왕이 바로 서지 못했기 때문에 여인들이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남자들의 정치 판에.

 

요물처럼 보이고 비정한 사람처럼 보이는 인물의 인생도 샅샅이 살펴보면 꽤 재미나거나 유익한 부분을 발견해 낼 수 있긴 했는데 영웅의 일대기처럼 죽을 고비를 버텨가며 자수성가한 무측천의 경우 아비의 여인에서 아들의 아내가 된 패륜의 주인공이자 좋은 기회를 흘려버리지 않고 용감하게 행동한 결과였기 때문이다. 갓 태어난 딸도 숙적 제거용으로 제 손으로 죽여 버리고 남편과 사통했다는 이유도 친 언니도 자결하게 만들었으며 자신이 직접 낳은 아들도 둘이나 죽인 무시무시한 여인. 인생의 무엇이 여인을 이토록 독하게 만들었는지.....!하지만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아내고 살아남은 그녀의 생존 능력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데 가장 필요한 처세법인지도 모르겠다. 탐탁치는 않지만 말이다. 그녀는 미실처럼 통찰에 뛰어났고 특별한 카리스마로 사람들을 휘어잡았음에 분명해 보이니 말이다.

 

놀라운 일은 역사 속 여인들의 삶 속에서만 국한 된 것은 아니었다. 수많은 여인들과 경쟁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황후와 비빈들은 왕의 남자들과도 경쟁해야만 했으니. 황제가 남색을 즐기는 것은 당시 그리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고 한다. 무절제한 성 생활의 일부였으며 즐거움의 일환이었으니 특히나 어린 환관들은 황제의 공식화된 노릿개감으로 그 생을 연명할 수 밖에 없었다고. 명과 청 두 시대에 동성애가 매우 성행했었다고 하니 이는 궁 뿐이 아니라 궁 밖 귀족들에게까지 유행처럼 번져 남색문화가 분분했다고 한다. 가히 충격적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황제의 사랑을 받았고 꽤 많은 부와 권력이 축적되었다고 해도 중국의 하늘 아래 황제는 단 한 사람이었다. 세상에 금 수저를 물고 태어나 자신이 원하는 대로 실컷 즐기다 살아갔을 사람들은 전생에 어떤 일들을 행해 황제의 아들로 태어난 것일까. 세상은 어쩌면 태어나는 순간부터 불평등한 것으로 시작되는구나! 싶어져 씁쓸하기 그지 없어지고야 말았다.

 

음모와 치정, 쾌락과 암투의 역사는 중국 드라마 속에서만 행해진 것이 아니었음을 [구중궁궐 여인들]의 삶을 읽으며 깨달아가고 있다. 꽤 두꺼운 분량이었지만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드라마 보듯 펼쳐져 그 재미가 마지막장까지 떨어지지 않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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