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녀는 모른다 - 사랑도, 일도, 삶도 무엇 하나 내 편이지 않은...
류여해 지음 / 북스코프(아카넷)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아동살해"에 대한 법정 구형이 너무 낮아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적이 있다. 비슷한 두 개의 사건이 동시에 터졌는데, 경기도 어딘가에서 살해된 아이의 이야기와 칠곡 계모 사건이 너무 비슷했다. 하지만 법정 구형은 약했다. 아이를 학대해서 살해한 두 엄마에게 법정은 너무나 관대하게 10년 미만의 형을 때렸다. 어째서 대한민국의 법이 이모양인지. 법치국가라는 말은 이제 교육현장에서 빼야하는 것은 아닌지.
어른이 되고 나서 가장 흔하게 들은 말은 '법은 있는 사람을 위해 있는 사람들이 만든 거다'라는 이야기였다. 살면서 법과 가까이 할 일이 없이 살다보니 그 말에 공감하기 어려웠는데 최근 몇 번 법을 파고들어야 할 일들이 생겨 살펴보니 그 말이 참말인 듯 싶다. 법 조차 내 마음 같지 않았다.
우리는 너무 모르고 살고 있었다. 여자로 살기에, 서민으로 살기에, 사람으로 살기에 척박한 세상에서 살아가면서 무슨 용기로 나를 지켜줄 법조차 멀리하고 살았던 것일까. 지금 바꾸지 않으면 정말 바뀌지 않을지도 모른다. 법을 바꿀 힘은 없지만 적어도 법이 어떤지는 알고 살아야 할 것만 같았다.
책은 고민의 주제를 화두로 던져 놓는다.
'너랑 궁합이 안 맞다. 잠자리 궁합도 안 맞을 것 같다'라고 말하는 성희롱 상사
'화가 나면 때리는 거 빼곤 완벽한 남자친구, 헤어져야 할까?' 데이트 폭력을 일삼는 남친
'불륜을 저지른 남편, 한 번 용서했으면 이혼사유가 안 된다'라는 이상한 법을 이용하는 불륜남편
등등 어쩌면 이웃의 이야기일지 모르는 이런 말도 안되는 일들이 사회에서는 버젓이 일어나고 있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들이 보고 있었다. 그녀들이 한숨을 내쉬는 이유는 잘봇된 법/제도 때문일까? 무기력한 자신에 대한 한숨일까?
독일유학을 마치고 대법원 재판 연구관으로 일하며 스펙을 쌓아온 한국사법교육원 교수인 저자는 억울한 일을 안당하고 살았을 것 같지만 조금조금씩 털어놓은 자신이 이야기를 빗대어 보자면 그녀도 여자였고 피해자였으며 환영받지 못한 며느리였다. 그런 그녀가 들려주는 법이야기들이었기에 더 리얼하고 공감이 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다양한 사례를 통해 알게 된 이야기들은 나와 관계없는 이야기가 아니라 누군가에겐 일어난 일이었고 내 주변인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좀 더 꼼꼼히 알아두어야겠다는 사명감이 치솟게 만든다. 세상의 편견에 당당하게 맞서기 위해서는 많이 알아야하고 많이 똑똑해져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이젠 바뀌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