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악산
김태진 지음 / 푸른향기 / 2014년 6월
평점 :
품절


프롤로그가 총 3쪽으로 나뉘어져 있다. 두꺼운 소설 읽기에 앞서 프롤로그를 이토록 나누어가며 많이 쓴 이유가 궁금해져 꼼꼼히 읽어내려갔는데 저자에 따르면 '모악'은 계룡, 묘향과 더불어 3대 명지로 불리는 곳이다. '비빔밥','콩나물밥'으로 유명한 전주를 둘러싼 모악을 중심으로 쓰여진 이 이야기는 김 찬판의 묘한 꿈으로부터 시작된다. 예사롭지만은 않은 꿈.

 

꿈자리가 뒤숭숭했던 그는 문중의 지관노인을 앞세워 문중산에 올랐는데 모악 제일의 명당은 이미 누군가에 의해 침범당해 있었다. 명당 중의 명당인 암관좌는 산신령이 들어올 사람의 치수에 맞게 관 모양을 바위를 패어 만들어 놓은 것으로 언젠가 제 주인이 나타나면 땅을 파지 않아도 무덤이 제 스스로 시신을 끌어들이고 황토를 덮어주는 자리라고 해서 예로부터 권세가들이나 유명지관들이 찾아다니던 땅이라고 했다. 그 자리를 잃어버린 김찬판은 돌연 이사를 결심하는데 호남의 곡창을 적시는 선비의 고장에 안착했던 그는 임실로 그 터를 옮겨살면서 조선 말기부터 6.25를 겪으며 양반이 아닌 평민으로의 삶을 살아내야 했다. 전주 사대부 후예들이 근대사를 살아내는 모습을 담아낸 [모악산]은 한 가족의 일대기면서 왕조가 붕괴되고 민족이 찢어지는 큰 전쟁을 함께 겪는 민족사이기도 했다.

 

슬프고 아리다기 보다는 읽는 내내 신기한 경험을 했다는 편이 좀 더 정확한 감상이 아닐까. 타임머신을 타고 이 시간으로 돌아가 구경하게 된다고 해도 나는 이보다 더 절절하게 경험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직접적인 와닿음보다는 옆에서 구경하면서 안타까워하는 마음으로 '바라보기'했다는 편이 더 정확한 표현처럼 느껴졌다.

 

책의 두께를 보고 처음엔 깜짝 놀라기는 했지만 책이 전하는 메시지를 따라 읽다보니 순식간에 마지막 장을 거머쥐고 있었다. 아홉살 소년 '금아'는 전쟁을 어른들의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끔찍하고 괴롭고 벗어나고픈 시절이 아니라 며칠 째 굶어 구들장으로 끌려들어갈 듯한 느낌을 주는 그 것. 어머니를 남몰래 장독대 앞에서 눈물짓게 만드는 그 것. 바로 그런 것이었다.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사건을 모두 이해시키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그 이면을 통해 눈물짓게 만드는 묘한 힘을 가지고 있다. 액자소설인 [갑오국]그리고 하루 아침에 삶터를 잃은 전주 사대부 후손들의 역사가 실린 [모악산]은 어느 한 집안이 겪은 이야기라기 보다는 선조들이 전반적으로 모두 겪고 지나온 세월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그 어떤 역사소설보다 리얼하게 읽혀졌다. 참혹하다기 보다는 마음 한 구석이 애잔해지는 그런 느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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