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의 맛
김사과 지음 / 쌤앤파커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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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사과에겐 '힙스터 작가'라는 설명이 덧붙여져 있었다. [설탕의 맛]이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아 다른 이들의 서평을 먼저 읽고 있다보니 힙스터, 레퍼런스가 없다 는 식의 설명이 덧붙여져 있었는데 생소한 단어들이라 지식검색을 이용해 보기까지 했다. 갑동이 잡는 형사는 아니지만 궁금한 건 못참으니까.

 

힙스터는 1940년대 등장한 속어라고 했다. 자신만의 패션과 음악 그리고 문화를 쫓는 부류로 그들은 트렌드를 쫓지 않는 성향이 강하단다. 히피들을 뜻하는 것일까? 그런 힙스터 작가라니 단어만 들어도 딱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하는, 스타일이 있는 작가라는 느낌이 드는데 이름 또한 특이하다. 사과라니. 2005년 소설 '영이'로 등단한 작가의 이름 옆에 쓰여진 '방실'이 본명인가 보다. 요시모토 바나나처럼 국적없는 이름을 원했던 것일까. 어쩌면 풋풋한 내음이 또 때로는 농익은 느낌이 드는 '사과'라는 이름의 작가가 낸 [설탕의 맛]은 그제서야 술술 읽혀지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이 책은 소설의 내용을 담은 책이 아니다. 작가의 에세이면서 여행기면서 뉴욕을 비롯한 베를린 등지를 옮겨다니며 자신만의 생각을 쏟아놓은 글모음이다. 여행지에 대한 소감을 적은 여타 여행작가들의 책과는 그래서 차별화 된다. 김사과의 글이니까. 애초부터 여행지에 대한 여행정보나 감상따위를 적으려는 의도는 전혀 없어 보였다. 그보다는 그 장소에서, 누군가와 함께하며 머릿 속을 스친 생각들에 대한 이미지가 강하게 남겨져 있다.

 

p5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태어난 도시를 경멸하면서도 떠나지 못하고 그 곁을 맴돈다.

    

하지만 그 이후 떠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나 내겐 이 문장만이 두 눈을 파고 들었다. 그토록 떠나고자 했으면서도 여전히 떠나지 못하는 나의 입장과 그녀가 쓴 문장이 100% 싱크로율로 합쳐졌기 때문에. 언제나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떠나지 못하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미련따윈 없는데도 말이다. 여건이 되지 않아라는 말도 이젠 변명처럼 들린다. 그녀쳐럼 훌쩍 떠날 수 있을까.

 

그래서 다시 읽는 내내 책은 내게 길잡이가 되어주었다. 여행에 대한 환상이 아닌 떠남에 대한 목표를 확고히 다질 수 있는 다짐서처럼. 그녀처럼 나도 소음이 가득한 거리가 싫다. 이기적이면서 다른 생명들을 향해 칼끝을 겨눌 수 있는 인간들도 싫다. 그저 글의 바다에 빠져 조용히 지내고 싶다. 하지만 가끔 그 속에서 외로움을 느낀다. 그래서 인간들의 틈에 슬며시 끼고 만다. 나라는 인간과 달리 김사과는 적어도 인생의 길을 자주 잃지는 않는 현명한 작가처럼 보여졌다. 그래서 그녀가 강해 보인다.

 

사과라는 이름이 이토록 단단하게 느껴지기는 처음이다. 그녀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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