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변태
이외수 지음 / 해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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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작가에 대한 이야기들. 하지만 작품 하나만 두고 보자면 그의 작품은 '인간 노홍철'마냥 독특한 색깔로 메워져 있다. 그래서 읽게 되는가보다. [완전변태] 는 그 제목에서부터 눈길을 끌지만

 

p 72   현역죄인은 감옥 안에 존재하고 예비죄인이나 예비역죄인은 감옥 밖에 존재

p75    꿈꾸는 자에게 무슨 죄가 있는가

 

등 명언 같은 문장들이 가득한 꽤나 진지한 내용으로 구성되어져 있다. 그 중 재미나면서도 아이러니한 제목을 단 <소나무에는 왜 소가 열리지 않을까> 읽고나면 웃음보다는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내용으로 쓰여졌다. 좀 더 나은 삶에 대한 갈망은 아버지를 비정상적인 행동을 일삼도록 몰아갔는데, 아들을 반드시 판검사를 만들기 위한 아버지는 뼛속까지 '남아선호사상'이 박힌 남자였다. 만약 딸이 태어났다면 이불을 뒤집어 씌우고 콱 엎어버리려고 했다던 그는 다행히 아들을 낳았으나 아들이 고시촌으로 떠나던 날 자신의 새끼 손가락을 잘라 당부의 말을 전하던 것으로 이미 아들의 숨통을 조이는 아비가 되어 버렸다. 잠까지 줄여가며 좀비처럼 공부했지만 아들은 쉽게 판검사가 되지 못했다. 급기야 손가락을 하나 더 자르겠다는 아비의 노한 음성을 듣고서야 집중할 수가 있었다고 고백하는 아들 앞에 어느날 나타난 노인의 질문은 그가 받은 것이 아니라 마치 읽는 독자에게 던져지는 것처럼 무겁고 진솔된 것이었다.

 

작가인생 40년의 세월이 묵혀져 9년만에 완성된 <완전변태>속 단편소설들은 마치 번데기가 변태하여 벌레가 되듯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생각의 번데기 과정을 거치게 한다. 스릴러나 로맨스 소설보다 때론 이렇게 화두를 던지는 책들이 일상에 더 필요할 때가 있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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