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혈류
이립 지음 / 새움 / 2014년 4월
평점 :
의사들은 사람을 살리는 달란트 외에도 또 다른 재능들을 함께 타고 태어나는 것이 일반적인 것인가. 아무리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지만 한껏
부러워진다. 안철수 의원은 의사였지만 IT전문가에, CEO를 거쳐 정치활동을 하고 있다. 박경철은 '시골의사'이지만 경제,문화분야에 전문적인
두각을 드러내며 방송활동을 한 바 있다. 그의 책 속 내용들은 한결같이 멋지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저자 이립은 분명 의사다. 그것도 마취과 전문의. 현재 해군 군의관으로 복무하고 있으면서 해상 함정 근무를 하는 동안 소설 한 권을
완성해냈다. 글쓰기가 이토록 쉬운 일이었나. 다른 전문적인 업무와 함께 병행할 수 있을만큼. 그에게 주어진 능력과 노력이 너무나 부러워지는
순간이었다. [혈류]는 그렇게 쓰여졌다.
이 비밀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세포복제, 인간복제라는 단어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던 시절이 있었다. 황우석 박사의 실험 성공진위를 두고 세상은 시끄럽게 수다를
떨어댔었다. 지금은 잠잠하지만 연구라는 것이 어디 멈추어지는 것이던가. 그 누군가는 또 계속 연구하고 있을 일이다. 세상 어딘가에서는. 그때는
그저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이 소설을 읽어나가면서 차츰 심각한 생각들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나도 복제되면 어쩌지?
한 아이의 아버지이자 권태기를 살짝 겪고 있는 남자 김종훈은 출장길에 TF호에 탑승할 기회가 주어졌다. 그 첫탑승의 행운이 불운으로
바뀌는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지만. 그가 탄 열차는 희대의 비자금을 조성해 온 남대철 대통령이 함께 탑승하고 있었는데 그로 인해
열차는 폭탄테러의 타깃이 되고 전 탑승객이 사망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특히 위기관리 매뉴얼 12조 8할에 의거 대통령은 되살려지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비자금을 노리던 일당들은 대통령의 기억을 김종훈에게 투입한 채 그를 복제했고 그는 깨어났다.
P148 살아남아야해
그랬다. 살아남아야했다. 수없이 복제되고 누가 복제 인간인지 모른 채 누구를 믿어야 좋을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종훈은
살아남았다. 열차테러 사건 속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생존자로 알려진 종훈. 하지만 곧 그는 자신이 이미 죽었고 복제된 인간임을 알게 된다.
어떻게 해야 좋을까. 담배 연기로 인한 변이 외에는 복제 유무를 가리기 어려워 누굴 믿어야 좋을지 도통 알 수 없었다. 내게 과연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그 생각부터 먼저 들게 만들 정도로 심각한 이 이야기는 말로 설명할 수 없을만큼 몰입도 부분에서의 재미는
최고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재미있다. 그리고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