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의 위증 3 - 법정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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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모의재판이지만 강도나 수위는 꽤 높았다. 어른들의 그것만큼이나.

애초에 cctv가 설치되었던 것도 아니고, 그날 그 장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밝히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누군가가 죽었다. 그 사건을 두고 살인사건이니 자살이니를 두고 분분한 의견이 갈렸지만 살인사건이라면 누가? 라는 의문이 남게 된다. 단 5일 동안 아이들은 진실을 파헤칠 수 있을까.

 

교사와 학생뿐만이 아니었다. 학부모, 형사, 기자, 변호사 등등 관계자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진행된 재판이기에 판사나 검사, 변호사가 짊어질 어깨의 짐은 무거울 수 밖에 없었다. 한 남학생의 죽음. 가시와기는 12월 24일에서 25일로 넘어가는 날 밤. 옥상에서 떨어져 사망했다. 문제는 그가 등교거부생이었다는 점. 전 달인 11월 14일에 과학준비실에서 교내 불량 학생 셋과 다툼이 있었다. 하지만 살인사건으로 몰고갈 증거가 없던 찰라 교장,담임,검사를 맡은 료코에게 각각 목격자로부터 서신이 전해졌던 것이다. '고발장'의 형식으로. 이에 료코는 법정에서 이 부분을 밝혀 불량 학생이자 죽은 학생과 다툼이 있었던 오이데 슌지를 살인범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슌지의 변호를 맡은 도토대 부속 중학교 3학년인 간바라 가즈히코는 료코의 증거, 증인, 주장을 숟가락 뒤집듯 뒤집어 보이며 사건은 점점 더 알 수 없는 상태로 빠져들고 만다. 간단하거나 시시할 것만 같았던 학생들의 재판은 점점 논리적이고 진지한 분위기를 띄며 어른들의 이목을 집중 시켰고 종국엔 진실을 시원스레 밝혀내기에 이르렀다.

 

일본의 사법제도는 죄형법정주의를 기본으로 한다고 한다. 법률에서 규정하지 않은 죄를 국민에게 물을 수 없다는 거다. 고의성이 동반된 가해, 누군가가 죽을 줄 알면서도 방치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의' 의 경우는 '살인'으로 간주된다는 점은 우리네 법과 특별히 달라 보이지 않았다. 그 법의 테두리 내에서 학생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믿고 있는 주장의 근거들을 찾아내고 있었다.

 

사실 오이데 슌지는 학교내에서 누구나 알만한 불량한 학생이었다. 폭력을 휘두르고 금품을 강탈하고 여학생을 빈 교실로 끌고가 커터칼로 위협하며 속옷을 벗기려 한 적도 있는 소위 '나쁜 학생'의 표본처럼 보이는 소년이었다. 그래서 그의 행동을 의심하는 쪽이 생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무죄를 주장하는 쪽이 생겨났다.  8월 20일 장장 5일간의 법정 공방이 마무리 되고 교내재판이 폐정되는 기간 안에 진실은 밝혀졌다. 다행스럽게도.

 

학생들의 재판이지만 이 소설은 미미여사의 치밀한 짜임새 아래, 일본의 재판정 풍경이 담겨 있어 흥미로운 읽을 거리를 제공한다. 절대 시시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루하지 않았다. 적어도 내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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