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 인 더블린 - 헤어나올 수 없는 사랑의 도시, 더블린. Fantasy Series 2
곽민지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단 3개월을 다녀왔을 뿐인데, 20년도 넘게 살았던 한국에서의 삶이 뿌리내린 생각의 습관들을 저자 곽민지는 확 다 뿌리 뽑고 온 것처럼 보여진다. 애초 그녀는 여행을 도피의 수단으로 삶지 않았다. 고려대 일어일문학과, GS칼텍스 기획부서 재직, 사장회의 동시통역 등등 화려한 스펙을 달고 살던 그녀가 사표를 내던지게 된 이유는 "내 자리는 있지만 내 마음은 두지 못했던 회사"였기 때문이란다. 빌딩 숲들 사이에 선 자신의 모습을 떠나 누구나 로망으로 가졌던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몇달간 여행이 아닌 생활민으로 살다 오고픈 욕망을 이기지 못해 "지금이 아니면 다음은 없다"는 심정으로 더블린행을 감행했던 거였다.

 

실연을 이유로, 더 넓은 욕망을 이유로 여행을 떠나는 타인들과 달리 그녀의 여행은 그동안 열심히 일한 자신에게 주는 휴식같은 시간을 동반하고 있었기때문에 "원스 인 더블린"은 이토록 편안하게 읽혔나보다. 모 항공사에서 "너 어디까지 가봤니?"라는 카피를 내 걸었던 적이 있다. 그렇다면 더블린. 이곳에 가본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아, 아일랜드. 서울이나 뉴욕같은 바쁜 도시도 아니고 파리나 프라하처럼 관광을 위한 도시도 아닌 단 3개월이지만 살면서 남은 삶을 달리기 위한 에너지를 얻어올 수 있는 곳. 저자는 그런 곳을 '더블린"이라고 찍었다. 지명조차 낯설지만 이 곳은 흑맥주 기네스의 고향. 글로벌하면서도 친절한 친구들이 제공하는 카우치서핑을 경험해 볼 수 있는 곳. 맨유의 선수들 싸인을 여권에 받아 볼 수 있는 신나는 땅.

 

하지만 생각지 못한 어려움도 도사리고 있었다. 택시처럼 잡아타야하는 버스. 별나빠진 하우스메이트를 만나기도 했다. 3개월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인데, 저자는 참으로 많은 일들을 겪고 돌아왔다. 잠들기 위해 눈을 잠시 감으면 그때의 그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지 않을까. 나의 기억이 아닌데도 나는 마치 활동영화보듯 그녀가 써놓은 에피소드들을 눈 앞에 펼쳐놓고 입체적으로 돌려보고 있다. 마치 나의 추억담처럼.

 

책을 통해 본 더블린은 커피 같은 도시였다. 샷을 뽑아놓은 그 자체의 심플함에 우유가 섞인 라떼처럼 달달한 에피소드들과 마주칠 수도 있고, 휘핑크림 얹어진 것처럼 부드러워질 때도 있었다. 반대로 쓰디쓴 기억도 보태주었지만 월요일에 일상으로 다시 복귀하듯 대한민국의 품으로 되돌아왔을 때 그녀에게 가장 초라했지만 동시에 가장 행복했던 한 때를 추억하며 다음 날들을 살아나갈 힘을 보태준 마법의 도시. 여전히 멋진 모습으로 살아나갈 수 있게 만든 땅.

 

p68  더블린에는 이방인이 없다. 아직 대화해보지 않은 친구가 있을 뿐

 

유명한 도시만 관심지역으로 두던 시대는 지났다. 홀로 떠나도 행복 할 수 있다는 것을 저자 곽민지는 증명해버렸으니까. 낯선 곳에서 방을 구해 살면서 일상의 더블린을 경험하고 나온 그녀는 '더블린'을 '삶을 꿈꾸는 이들의 성지' 라고 덧붙인다. 그 성지에서는 서로의 머리색이 중요하지도 않았고 피부색이 중요하지 않았다. 단 3개월을 살다 왔을 뿐인데 한 권의 책으로 엮을만큼 다양한 경험을 남길 수 있다니....저자는 정말 역동적이면서 감수성이 풍성한 사람이 아닐까? 생각하며 책을 처음 펼쳐들었는데 다 읽고나니 좀 더 다른 생각들이 머릿 속에 남겨졌다. 심장을 뛰게 만들고 더블린 친구들을 서울로 불러 그 인연의 끈을 이어나간 그녀에게 아일랜드의 더블린은 정착지가 아닌 항구였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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