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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브 스토리 3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해용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온통 새까만데다가 얼어붙을 것처럼 추운 곳에서 열 두살 와타루는 대체 무얼하고 있는 것일까.
탄식의 늪에 다다른 와타루는 아버지의 애인인 다나카 리카코와 닮은 여인을 만나고 흠칫 놀라고 만다. 슬픔의 복장을 줄곳 입고 있었다는
그녀는 아버지의 애인처럼 아이를 가진 상태였다. 그녀의 이름은 리리얀느. 사랑을 잃거나 배신을 당하거나 마음의 상처가 깊고 슬픔의 자국이 짙은
사람들이 모여 '티어즈 헤븐'(슬픔의 마을)을 형성했다고 한다. 그 마을에서 쫓겨난 리리얀느는 다른 사람의 남편을 가로챈 벌로 홀로 살고
있었다. 그녀와 바람난 남자가 가끔 들른다고 하지만 그 남자의 얼굴이 아버지와 똑같음을 확인한 순간 소년의 분노게이지는 폭발할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게다가 그 남자는
p71 원래 부모한테 받은 생명이다. 아무 대가도 없이. 공짜로 받은 목숨이야.
고맙게 생각하고 얌전히 버림받는 것이 제 분수를 아는 길이야
라고 말하고 있다. 대체 어떤 어른이 열 두살 아이에게 이런 말을 건낼 수 있을까. 자신의 사랑을 위해서라면 부모의 도리를 저 버려도
좋다는 이야기인데, 곁에 있다면 대신 멱살을 잡아도 시원찮을 상황이었다. 애초에 와타루는 운명을 바꾸기 위해 판타지의 세상으로 넘어왔다. 현실
세계를 부정하거나 비전 사람들과 함께 하기 위해 건너온 것이 아니라 목적이 있어 왔던 것이다.
하지만 그 마음 속에는 증오가 있고 파괴가 있고 질투가 있었다. 가족을 버린 아버지와 그 아버지를 차지하기 위해 어머니와 자신에게 폭언을
일삼던 여자를 닮은 비전 여인 리리를 보고 리리와 그의 남자 야콤을 죽이는 자신의 환영을 보고 말았던 것이다. 진실이든 아니든 그 마음 속엔
감정이 도사리고 있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가 없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다 속여도 스스로의 마음은 속일 수 없는 것이니까.
박사의 말처럼 완벽하게 착한 마음을 가진 사람은 없다. 그래서 그는 와타루에게 여신을 만날 수 있는 운명의 탑에 도착할 수 있는지 아닌지는
자신의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라고 충고한다. '바른 길을 걸어라'면서.
비전은 우리의 현실 세계와 그리 많이 달라보이지 않았다. 마음 먹기에 따라 우리는 어느때고 좋은 사람도 될 수 있고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도
될 수 있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