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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안간 아씨 1 ㅣ 별안간 아씨 1
서자영 지음 / 고즈넉 / 2014년 5월
평점 :
오드리 헵번의 영화 '마이페어레이디'의 사극 버전이라고나 할까! 이런 고얀지고...이런 발칙한 일이!!! 라고 조선의 양반들은 혀를 찰
일이겠으나 독자는 재미나고 주인공들은 로또 인생을 경험하면서 자신의 짝을 찾아나갈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니 일석이조라!
'마이페어레이디'가 하층민을 상류사회 아가씨로 만들다가 그녀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인 것처럼 [별안간 아씨]도 노비 덕이가 단시간 안에
요조숙녀가 되어 정경부인 자리를 꿰어차야하는 이야기다. 노비로 태어나 노비로 살다가 또 다시 노비가 될 자식들을 주렁주렁 나아야하는 되물림되는
노비의 삶이 싫어서 혼인하지 않겠다고 버티던 강치영내 노비 덕이는 구원의 손길을 받는다. 바로 강치영의 서자 강형수가 그녀의 신분세탁을 도맡은
인물인데, 뛰어난 학식과 처세에도 불구하고 그는 기생의 아들이라 출사할 수 없음에 좌절한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홍국영의 주선으로 사도세자의
아들 정조와 독대를 하게 되고 그 자리에서 임금은 재미나면서도 위험천만한 일을 그에게 맡긴다. 바로 '서얼허통법'을 통화시키기 위해 좌의정의
아들 최규식의 처로 천민을 들여 그를 꼼짝달싹 할 수 없게 만드는 일. 그 일을 맡은 강형수의 눈에 덕이가 든 것이다. 그리고 그는 덕이에게
운명을 바꾸어보지 않겠냐고 제안을 하는데......!
당당하면서도 거칠기 짝이없는 천둥벌거숭이 같은 여인 덕이. 고분고분함이라고는 눈씻고봐도 찾아볼 수 없고 다소곳한 면은 두 눈 닦고 보아도
찾아지질 않는 그녀를 요조숙녀로 둔갑시킬 생각에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 강형수는. 어쩌다가 왕과 공모하여 제 무덤을 팠을고. 채 1년도 함께
살지 않았던 아내의 삼년상을 치른 최규식의 탈상이 코 앞이라 시간이 얼마 없는 가운데 형수는 제 어미인 장안 최고의 기생 월향과 도모하여
겉모습부터 속까지 아름다운 규방규수로 탈바꿈 시키기 위해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그 형태는 갖추어졌으나 덕이의 본성을 바꾸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덕이 그녀. 자아존중감이 강한 그녀에게 가장 힘든 일은 글공부도 아니었고 맵시있게 옷을 입는 일도 아니었으며 손과 발 그리고 얼굴을
매끄럽게 가꾸는 일도 아니었다. 욱하는 성미를 누르기 힘들었던 건 누구든지 여성을 비하하고 인간적인 대우를 받지 못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였다.
당당하게 응수하고 멋지게 대처하는 덕이는 그 어떤 양반님네 아씨들보다 멋진 숙녀였다. 이미.
형수 그놈. 아비와 어미에게 맺힌 것이 많은 그는 이 사회가 맘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바꿀 방법이 없었는데 어느날 마주한 왕은 그에게
기회를 주겠노라고 했다. 쉽게만 생각했던 덕이를 정경부인으로 만드는 일은 처음부터 순탄하지가 않았다. 망아지처럼 거칠기 짝이 없던 덕이로 인해
화날 때도 절망스러울 때도 있었지만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서운함을 느꼈을 때가 아니었을까. 뒷간에 데려가 망 보게 하면서 그 소음까지
들려줄 정도로 자신을 사내로 생각하지 않는 덕이. 대체 쟤는 별에서 온거야? 형수의 마음에 덕이는 그렇게 조금씩 들어서고 있었다. 어둔 밤 달이
차 들듯이.
[별안간 아씨]는 [성균관스캔들]보다 달달함은 적지만 성숙하고 어른스러운 면모가 훨씬 더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드라마,영화 제작을 탐낼만큼
매력적인 소재이면서 조선사회를 발칵 뒤집어놓을만큼 놀라운 스캔들이 한판 거하게 펼쳐지며 요모조묘 재미를 톡톡히 던져준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