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뜰에 골칫거리가 산다
황선미 지음, 봉현 그림 / 사계절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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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3   뭔가 잘못됐어

 

아버지가 죽은 집이었다. 그 기억을 뒤집기 위해서였을까. 그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해서였을까. 사회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강대수는 노인이 되어 그 집. 100번지를 사들였다. 그리고 돌아왔다. 머릿 속에 암 덩어리를 단 채로.

 

매년 큰 돈을 들여 관리하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100번지는 기억 속 그 집이 아니었다. 아침마다 알람벨 대신 수탉이 울어제끼고 동네 꼬맹이들이 버글대는 그들의 아지트가 되어 있었고 매일 아침, 계란을 걷어가는 꼬맹이 유리가 들락거리고 있었으며 그녀의 할머니는 치매 상태에서도 열쇠로 문을 열고 마구 들이닥쳐 채소를 기르고 있었다. 그가 없던 그 집 안에서.

 

좋은 기억이 아니었다. 이 집, 이 마을, 이 터전에 살고 있는 사람들. 그에게는 아픈 기억이었고 슬픈 과거였으며 잊혀지지 않은 고통이었다. 어쩌면 머릿 속 암덩어리보다 더 오랜시간 그를 아프게 했던 일들이 가득한 이 곳. 아이러니 하게도 병을 알고 나서 강노인은 '편안함'을 위해 이곳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그는 변해갔다. 아침마다 울고 있는 수탉에 익숙해져갔고 어미 읽은 병아리를 위해 유리의 방문을 허락했다. 무엇보다 자신을 그토록 괴롭혔던 경수의 외손자인 피엘의 후견인이 되기로 자처했던 것. 아버지가 흑인인 피엘이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하지 않도록...그 과거 속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부끄럽지 않도록 성공한 그가 아이를 보호하고 나섰던 것이다. 과거와의 화해. 노인은 이렇게 자신의 고통과 마주하며 하나하나 아픔들을 제거해나가기 시작했다. 껄끄럽기만 했던 장영감이 실은 자신을 무척이나 부러워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고 그토록 고통스럽게 만들었던 아버지의 죽음을 털어내기 위해 치매에 걸린 송이 아가씨의 진심을 발견하게 되었다. 15세의 송이, 20대 대학 졸업반의 송이. 그녀가 사과의 편지와 함께 보내온 것은 아버지와 그가 찍은 단 한 장의 사진. 55년이라는 세월을 돌고 돌아 진실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 그는 울고 말았다. 복받쳐 오는 설움을 참지 못하고.

 

그는 분명 성공한 사람이었다. 그 성공이 그를 당당하게 만들어 준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의 아픔까지 치유해주진 못했다. 하지만 귀향은 그에게 뜻밖의 선물을 전해 주었는데 100번지가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주민들의 소통창구가 되어 주었던 것처럼 강노인도 소통을 통해 과거의 자신과 화해하고 치유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황선미 작가의 이야기는 따뜻하다. 그러면서도 아주 쉽게 읽힌다. 그래서 그 정감어린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가기 쉽다. 그녀의 동화를 어른이 된 내가 즐겨 읽는 까닭은 바로 거기에 있다. 읽는 순간, 따뜻함이 서서히 심장에서부터 온몸으로 퍼져나가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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