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분의 일
기노시타 한타 지음, 김혜영 옮김 / 오후세시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읽기 전까지 영화의 원작 소설인지 몰랐다.  제 6회 오키나와 국제 영화제 황금시사상 수상작인 [삼분의 일]은 은행을 터는 4인조가 배신에 배신을 때리는 소재로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 "배신하라! 2억엔이 기다리고 있다" 인가!  만화로도 그려질만큼 매력적인 이야기라는 이야기인데, 기노시타 한타 라는 작가의 작품이 처음인지라 사실 처음에는 약간 산만한 듯 느껴졌다. 시작부분에서 잘 읽히다가 갑자기 흐름이 뚝 끊겨버렸다. 오후 3시 33분에 시작된 이야기가 강도 일주일 전으로 돌아가질 않나 오후 4시 2분으로 진행되다가 엿새 전으로 되돌아가버리기도 했고 진행과 퇴행을 번갈아 하면서 이야기의 흐름이 뚝뚝 끊기는 감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가독성은 떨어지지 않았다. 묘하게도-.

 

캬바쿠라 허니버지에 모인 세 남자를 마리아가 지켜보고 있다. 점장인 '슈'와 겨자색 랄프로렌 스췌터를 입은 돼지 같은 외모의 단골 '가나모리 겐', 마지막 한 사람은 웨이터 고지마 가즈노리다. 급전이 필요한 점장과 웨이터 그리고 단골손님이 모여서 말도 안되는 일을 저질렀는데 그들은 은행을 털었다. 마리아와 함께.

 

하지만 그들의 절반의 성공은 하마 쇼와 시부가키 다미코가 개입되면서 목숨을 걸어야 하는 위험한 상황으로 치닫아버렸고 허니버니에서 일하던 마리아는 화장실 몰카 고발 사건으로 인해 남자 셋을 준비하는 동시에 배신의 아이콘이 되어 범죄에 가담하게 되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은행을 턴 여자, 마리아. 결국 그들 셋이 은행 턴 돈을 정확하게 삼분의 일로 나누는 모습을 지켜보며 이야기를 종결짓는다. 어쩐 일인지 후련한 기분이 든다고 고백하면서.

 

p 338  운이 좋았다. 어째서 그때 신이 미소를 지어 줬을까...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은행을 턴 일은 일종의 '로또' 같은 '한방'이다. 누구도 쉽게 행할 수 없으면서 누구나 쉽게 내뱉는 그 말. '은행을 털든가'를 실천에 옮긴 삼인조는 은행 강도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절박한 심정으로 최선을 다했다. 배신을 눈치 챈 순간에도, 억지스레 꾸며진 순간에도 서로에 대한 믿음이 강하진 않았지만 결국 돈을 나누는 순간까지는 함께 살아남았다. 교훈은 역시 마지막까지 그 누구도 믿지 마라! 인가.

 

술을 너무 좋아해서 술집까지 운영한 적이 있다는 작가 기노시타 한타. 그 특이한 이력만큼이나 독특한 성격이 소설 속에 그대로 묻어나면서 이야기는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보다는 진지하면서도 안보윤 작가의 [오즈의 닥터]보다는 훨씬 현실적이다. 그러면서도 재미있고 통쾌하다. 2억엔. 돈이 무엇이길래 속고 속이면서도 즐거워하는 것일까. 목숨마저 바쳐버릴만큼.

 

책보다 영화로 보면 더 재미있을까? 그들의 표정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면 더 신날 것 같기는 하다. 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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