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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더 그리운 제주 - 제주로 떠나는 서른한 가지 핑계
여행자들 지음 / 하이미디어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최근 세번째다. 제주관련 서적을 읽게 된 것은. 그 땅에 꿈을 두고 있어서일까. 요즘은 '제주'에 관한 내용들이 눈에 잘 띈다.
<열두달 제주>를 통해 나는 제주여행코스를 잡아보기도 했고, <제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을 통해서는 미래 삶의 터전에
대해 꿈꾸며 구경했다. 훌쩍 떠났다 돌아오는 여행과 일상의 제주를 즐기는 재미를 상상하게 만든 두 책의 중간쯤 위치가 바로 <갈수록 더
그리운 제주>가 아닐까.
제주로 떠나는 사람들에게는 저마다의 사정과 이유가 있었다. 서른한가지핑계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 속에서 스물일곱 명의 여행작가가 제주를
잊지 못하고 그 인연과 사연에 대해 지면을 빌어 털어놓고 있을만큼. 읽다보면 자꾸 잊어버린다. 꼭 한 사람이 쓴 것처럼 술술 읽히니까. 하지만
'싱글'이라고 했다가 어느 페이지에서는 '남편이 명퇴 당했다'라는 표현이 나오곤했다. 아, 이 책 여러 사람이 쓴 책이었다. 그렇지만 이내 곧
잊고 만다. 중요하지 않으므로.
대한민국 최남단의 땅 제주도는 이제 신혼여행만을 위해 방문하는 곳이 아니다. 관광지를 넘어서 도시인들이 스트레스 없이 살고 싶은
로망지역이며 중국부호들이 하나같이 집을 사고 땅을 사는 곳이 되어가고 있었다. 연예인들도 이주해서 터전을 가꾸고 적게 벌고 더 행복하고 가볍게
살고자 하는 젊은 부부들이 내려와 소풍하듯 살아가고 있는 곳이 제주. 그 따뜻함에 이끌려 살아보고 싶었던 나와는 다른 이유로 제주를 사랑하는
이들이지만 목적은 같았다. 나 역시 일년이든 이년이든 꼭 제주땅에서 살아보고 싶어졌다. 택배비도 추가 요금이 있고 뭍보다 뭐든 비싸다는 그
폐쇄지역이 내게는 마치 좁은 천국의 문틈처럼 황홀해 보였으므로.
하늘이 내려준 풍경도 좋아보이고 추사유배지,금능석물원,법환마을, 이중섭 거리 등의 문화지역도 둘러보고 싶고
색달해변,동백동산,주상절리,곶자왈, 신촌향사,삼울길도 걸어보고 싶다. 계절 중 6월 수국이 피는 때 가보고 싶은 마음이 예전 마음이었다면 이
책을 보고난 다음은 언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보고 오는 가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보이는 것만 매력적인 것도 아니었다. 들리는 것 또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단어들이 가득했는데, '벨롱(잠깐, 반짝)','돌칸이(소여물통)','아강발(족발)','돔베고기(수육)'등의 단어는 내 평생
듣는 것이 처음인 단어인지라 개콘의 유행어 읊듯 입속을 맴돌았다. 나는 분명 '육지것'이다. 그런 내가 제주민이 되면 '섬것'이 될 수 있을까.
살아보지 않고는 모를 일. 아, 언제쯤 제주를 활보하며 원하는 만큼 그 땅의 바람, 공기, 물, 나무와 함께 어우러져볼 수 있을까. 묻히고 싶은
땅이 아닌 살아보고 싶은 땅 제주. 내게 제주땅은 삶의 기운이 가득한 곳이다.
갈수록 더 그리운 제주라고 했던가. 책 제목이. 아~ 내겐 가보지 않고도 분명 그리움이 쌓이는 곳이 제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