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너선 아이브 - 위대한 디자인 기업 애플을 만든 또 한 명의 천재
리앤더 카니 지음, 안진환 옮김 / 민음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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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가 떠나고 애플이 시들해졌다. 제품들이 아니라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내는 잡스에게 관심이 더 많았었나보다. 나는.

하지만 애플엔 잡스의 1인 기업이 아니었다. 잡스와 놀랄 정도로 비슷해 보이는 얼굴의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도 있었다. 잡스의 전기들을 그토록 많이 구해 읽었으면서 나는 왜 이 남자의 이름이 이토록 생소한 것인지.

 

애플의 통합크리에이티브를 담당했던 사람은 스티브 잡스였지만 그의 생각과 신념을 디자인으로 옮긴 이는 영국 출신의 조너선 아이브였다. 지금은 잡스처럼 머리카락도 홀랑 밀고 표정도 비슷하게 찍힌 책표지 때문에 잡스의 부활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잡스가 떠나고 애플엔 인재가 아닌 리더격 대표주자가 필요한 시점인지도 모르겠다.

 

내겐 아직은 낯선 조너선 아이브는 1967년 2월 27일 영국의 칭퍼드에서 태어났다. 리치타운에서 은세공 전문가인 아버지와 심리치료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화목하고 넉넉하게 자란 그는 크리스마다 마다 아빠의 대학 작업실에서 하루종일 놀아주는 자상한 아빠와 함께 성장한 행복한 아들이었다. '아빠에게 받은 매우 사적인 선물'이라고 언급된 그 선물에도 불구하고 어린시절 조너선은 학습장애난독아동'으로 분류되었다고 한다. 대한민국에서 조너선이 태어났더라면 지금처럼 유명인이 될 수 있었을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너무나 뻔해 그만 생략하기로 하고 조니풍이라고까지 불리는 그의 디자인은 단순하면서도 우아하고 파격적이면서도 발상의 전환이 되는 제품들이라 더 꼼꼼히 살펴보게 된다.

 

애플 내에서 아이브의 역할은 어떤 것이었을까. 얼만큼의 무게감을 갖고 있는 것이었을까. 실제로 잡스는 생전에 조너선을 자신의 바로 아래에 두고 있었다고 한다. 부사장이 있어도, 책임자가 있어도 조너선의 의견이 먼저였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영국에는 T형 디자이너라는 표현이 있다고 한다. 특정 분야 및 여타 디자인 분야에서 원숙한 기량을 연마한 디자이너를 지칭하는 말인데 애플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했을 그에게 T형 디자이너라는 표현을 붙여도 좋을 듯 싶다. 숫자로 표현되지 않는 가치. 써 봐야 아는 편리함. 애플 기기들의 공통점에 나는 왜 이리 마음이 설레는 것일까. 특히 요즘처럼 세상 모든 것이 숫자와 연관되어 있다는 생각이 드는 시점에서 이 책을 읽게 된 것이 내겐 오히려 행운처럼 느껴졌다. 애플의 약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새로운 디자인에 대한 기대치는 낮아졌을지 몰라도 애플의 명성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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