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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도시를 만들고 사람을 이어주다 - 부부 건축가가 들려주는 집과 도시의 숨겨진 이야기들
임형남.노은주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예상이 빗나갈 때가 있다. 이 책이 내겐 그랬다. [집, 도시를 만들고 사람을 이어주다]라는 제목만으로 나는 인테리어 서적일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말았다. 그리고 첫장을 여는 순간 그 기대는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p35 사람들은 성공으로 인해 오만해지고 그 오만으로 인해 실수를 한다
역사적인 아이러니는 대부분 자신의 성공에 대한 확신에서 비롯된다
기대가 부서졌으니 바닥에서부터 다시 탐색하는 기분으로 나는 부부 건축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귀를 활짝 열기 시작했다. 세우다
'건' + 쌓다 '축'이 합쳐져 탄생된 건축을 평생 업으로 알고 살아온 부부에게 그 건축물로 가득 채워진 도시는 대체 어떤 모습의 캔버스일까.
그들의 눈에 담긴 현대 건축 그리고 교감하는 문화들 속을 산책하며 결국 그 속에 살게 될 인간에 대해서는 어떤 온도의 시선이 담겨 있을지 살짝
궁금해졌다.
결국 그 궁금증 속에는 놀라움이 축이 되어 존재했다. 서울 장충동하면 족발?이 먼저 떠올려졌지만 이 동네에는 경동교회라는 유명한 건축물이
있었다. 그리고 그 교회에는 창이 없다고 한다. 폐쇄적이고 답답해보일 것처럼 느껴지는 교회건물. 건축가 김수근은 무슨 생각으로 소통이 가장
중요한 교회라는 건물을 이렇게 지어놓았던 것일까. 직접 가보기 전까지는 묘사만으로 상상하기엔 부족함이 있어 다음에 꼭 한번 여행길에 올라볼까
싶어지는 곳이었다. 반면 1924년 지어졌다는 슈뢰더 하우스는 요즘 도심 근교에 지어지는 타운하우스처럼 멋진 건축물이라 보고 또 보게 된다.
자꾸만 찾아볼만큼 외양이 멋진 이곳은 폐쇄적이지 않으면서 완전 개방적이지도 않아 적당한 그 노출이 맘에 드는 공간이다. 과연 20세기를
대표할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을지도 모른다. 견고함, 유용성, 아름다움의 세가지 건축 본질에 충실하면서 시대정신까지 담아내려면 건축가의
머리털은 죄다 빠져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어떤 외형이건 어떤 재료로 지어졌든 '집'이라 불리는 건축물이 사람이 사는 공간이라는 사실이
잊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BIG가 상하이 엑스포를 위해 설계한 호텔 렌 빌딩도 사람 인 글자를 형상화 했던 것이리라.
영화,인물, 드라마, 가수, 문화 전반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야기를 포괄적으로 담고 있어 이해하기에 다소 난해한 책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복합적인 문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천천히라도 읽어나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세상이 만들어지는 이치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어느
페이지에 멈춰서서. 내가 그랬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