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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카와 전설 살인사건 ㅣ 명탐정 아사미 미쓰히코 시리즈
우치다 야스오 지음, 김현희 옮김 / 검은숲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우치다 야스오는 창작만을 위해 살아온 인물은 아니었다. 오히려 광고제작사 대표였을만큼 사회적으로 성공한 남자였다. 그런 그가 1980년
<죽은 자의 목령>이라는 소설을 자비로 출판하면서 작가로 데뷔하게 되었고 아사히 신문에 작품이 실리면서 대중소설 작가로 전업하게
되었다고 했다. 신은 그에게 많은 달란트를 주셨나보다. 부럽게도.
이번 이야기에서 등장하는 명탐정 아사미 미쓰히코는 허약한 도련님 타입이었다. 더벅머리 아저씨(긴다이치 / 요코미조 세이시), 전신마비
장애인(링컨 라임 / 제프리 디버), 부유한 소시오패스(펜더개스트 / 더글러스 프레스턴), 고독한 190cm의 장신 형사(해리 홀레 / 요
네스뵈) 의 모습을 봐 왔던 내게 미소년틱한 명가의 차남 이라는 이미지는 요즘 유행하고 있는 꽃미남 드라마의 원조격이라 눈길이 확 갔던 것도
사실이다. 이야기의 방대함이 가독력을 해치지도 않았으며 술술 읽히면서도 무언가를 자꾸만 기대하게 만들어서 후반부 결말에 대한 기대치를 한 껏
높여 놓았다.
하지만 아사미는 긴다이치나 펜더개스트처럼 이야기의 전반을 지배하지도 않았고 해리나 링컨처럼 집요하게 사건을 파고들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는 너무나 재미있다. 탐정이 사건을 휘젓지 않는데도 재미의 끈을 놓치지 않게 만드는 요소는 대체 무엇이었을까. 아사미 미쓰히코
시리즈는 총 113편이나 되고 장기 드라마로 기획되어 총 120회나 드라마화 되었다고 했다.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판단은 각자의 몫이 되겠지만
내게 [덴카와 전설 살인사건]은 [옥문도]나 [팔묘촌]과 비교한다면 재미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작품이다. 하지만 이 소설 속 이야기 하나만 놓고
보자면 근자에 읽은 그 어떤 추리소설보다 재미난 것도 사실이다. 결국 아사미의 수사방식이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어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방법이 나의 취향이든 아니든 방해받지 않았던 것이다.
'창/국악','경극' 같은 것이 '노가쿠'일까. 일본의 전통 극에 대해서는 전혀 지식이 없어 노가쿠에 대한 묘사부분에서는 상상하던 장면들이
뚝 끊어지긴 했지만 그 외 역사와 전설, 사건과 사람이 얽히는 부분에 있어서는 영상을 그려내듯 재미나게 그려지는 필체를 따라 이야기가 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이끌려 가는 일은 분명 흥미로운 일이었다. 덴카와에서 만나는 인연이 슬픔의 시작이라는 말이 복선이 된 것처럼 인연이 우연한 죽음을
만들어 내기도 했고 오랜시간의 원망을 복수로 터뜨리는 계기가 되기도 하는 모습은 우리의 삶과 결코 다르지 않았다. 문학 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었으므로 내게 이 이야기는 뉴스 속 한 장면처럼 깊게 각인 되어 버렸다. 다만 사건의 중간 중간에 작가의 다른 소설에 대한 이야기들이
궁금증을 유발하고 있어 다음에는 [고토바전설 살인사건]이나 [헤이케 전설 살인사건]을 읽어보고 싶게 만든다.
* 줄거리
노가쿠의 대가인 가즈노리가 은퇴를 준비하면서 그의 후계자를 세우는 무대 위에 손녀와 손자 둘 다 서는 날이 다가왔다. 추선 공연 당일,
할아버지와 함께 무대에 오른 히데미는 찬사를 받지만 가즈타카는 독살되었다. 이어 밝혀지는 가즈타카 출생의 비밀과 덴카와 신사의 묘한 인연.
가즈노리마저 덴카와 신사에서 타살로 발견되면서 사건은 점점 커지고 우연히 취재를 위해 근처에 머물던 아사미 미쓰히코는 추리를
시작하는데....신주쿠 고층 빌딩 앞에서 쓰러져 죽은 남자는 대체 사건과 어떤 관계가 있으며 그는 왜 가즈노리의 부적을 몸에 지니고 있었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