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산 아래 작은 암자에는 작은 스님이 산다
현진 지음 / 담앤북스 / 2014년 3월
평점 :
모든 속도가 LTE급이라 노인이 되는 것이 두려워진다. 빠르게만 가는 속에서 혼자 슬로우슬로우로 살면 좋은 점보다는 분명 나쁘고 불편한
점이 더 많아질테니까. 하지만 이 속도에 반비례해야 더 좋은 것들도 분명 있다. 모든 것이 빨라야 좋다고 평가받는 세상 속에서도 '다이어트'를
위한 음식의 곱씹음은 '천천히' 가 좋다고 충고들을 전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밥은 씹으면 씹을수록 단맛이 난다. 그 단 맛처럼 인생도 느슨하고 단순하게 살아보면 그 고요함이 좋아 자꾸만 천천히 사는 삶에
매료되어버릴지도 모른다. 월간 [해인]의 편집위원이었던 현 진 스님의 글처럼. 스님의 글들은 처음 중학교에 들어가 교과서에서 읽었던 여러 수필들
속 글처럼 마음에 발자국을 남기는 말씀들로 가득차 있다. 한 문장을 입으로 읽을 때마다 한 발자국이 콕. 한 문장을 눈에 담을 때마다 한
발자국이 콕. 찍힌다. 맘 속에.
p.6 생애의 길목마다 삶의 중심이 되는 일과 사람이 있다
p.9 그대 지금 간절한가
p.67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하십시오
가슴을 '열정'으로 끓어오르게 만드는 글들이 아니다. 조용하고 서늘한 곳에 앉아 앞에 읽을 책 한 권 펼쳐들 때 저 멀리서 바람이 불어와
처마끝의 풍경을 울리는 듯한 그런 느낌. 그 청량감이 있는 말들이 나와 내 인생을 조용히 울리고 지나갔다. 스님이라는 신분으로 종교적인 설파만을
하려는 글이 아니어서 좋았고 내가 이만큼 더 살았으니 현명한 나의 말을 들어라는 식의 필체가 아니어서 좋았다. 마음이 답답하고 서글플때 마음을
털어놓을 누군가가 필요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결정하고 판단하기 위해 누군가의 좋은 말이 필요한 사람도 있다. 20대의 어린 나는 누군가의
좋은 말이 필요한 사람이었고 30대, 어느 시점에서는 내 말을 들어줄 이가 필요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여전히 30대를 살아가고 있긴 하지만 나는
좀 달라지고 있다. 그런 내게 이 책은 조용히 혼자 읽기에 딱 좋은 책이었다.
본문에 수류거라는 말이 등장한다. 흐름을 따라가라는 말인데, 휩쓸리라는 의미가 아니라 순리대로 풀어가되 너의 의지를 담으라는 충고로
해석했다. 어제 내게 주어진 인생은 분명 옛 것이다. 하지만 내일 주어질 새 것에 비해 그 삶이란 결코 하찮게 치부될 성질의 것이 아님을 알고
있다. 어제도 중요하고 오늘도 소중하고 내일도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이 순간을 조용히 그리고 가장 현명하게 보내야겠다는
다짐을 다시금 굳힌다. 이 책을 읽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