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의 위증 1 - 사건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29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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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살 소년의 죽음. 한 아이의 죽음으로 이만큼 방대한 양의 이야기를 써내려나갈 수 있는 작가가 전세계적으로 몇이나 될까. 문학적인 소설과 상업적인 대중성 사이에서 그 균형을 잘 잡은 채 지속적으로 소설을 집필하고 있는 미야베 미유키는 노련하면서도 영리한 스토리텔러라고 생각되어진다.

 

조토 제 3중학교에서 발견된 2학년 가시와기 다쿠야는 평소 친구가 없는 외톨이였다. 하지만 홀로 지내는 시간을 즐기듯 그는 연연해 하지 않는듯 했고 타학급의 학생 셋과 시비가 붙은 끝에 등교 거부를 하며 학교에 나오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학급의 누군가와 연락을 하고 지내지 않은 채 혼자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학교에 나가는 일이 바보같다고 생각했다는 말만 남긴 채.

 

유서 한 장 남기지 않은 그의 죽음을 두고 세상은 시끄러워졌다. 그리고 한 아이를 둔 여럿의 시선이 얽힌 가운데 누군가의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이 아이는 사이코패스처럼도 느껴졌고, 은둔형 외톨이처럼 생각되어지기도 했으며, 또는 한없이 연약하고 허약한 남자아이로 비추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진실은 무엇일까.

 

처음에는 이 소년의 죽음이 자살일까? 타살이까? 하는 것이 궁금했더랬다. 하지만 읽어나가면서는 대체 이 아이는 어떤 아이이며 어떤 생각을 하며 십 사년을 살아왔던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일기 시작했다. 확실히 다쿠야는 일반적인 아이의 모습은 아니었던 것이다. 1972년 5월에 태어난 히로유키는 다쿠야의 형이다. 네살터울의 형제지만 워낙 병약했던 다쿠야의 병간호에 부부가 매달리는 탓에 케어를 받지 못하고 자라난 히로유키의 눈에 다쿠야는 가여운 동생이 아니었다. 어느 순간부터 느끼게 된 동생의 실체. 아픈 것을 무기로 부모를 좌지우지하는 얄미운 존재인 동시에 두려워하게 만들만큼 냉정하고 계산적인 녀석. 그 녀석이 죽어버렸다. 그리고 그 죽음 속에 어떤 계산을 두고 있었는지 두렵게 만들고 있다. 형에게 비친 하나밖에 없는 남동생의 모습은 그런 모습이었다.

 

그에 비해 학급의 동급생들은 다쿠야에 대한 추억이 별로 없다. 왕따라기 보다는 관심 자체가 거의 없었다고 보아야 할 듯 싶다. 이질적인 존재여서 그저 얼굴과 이름만 알뿐 같은 공간에 있어도 표시나지 않는 아이. 동급생들에게 다쿠야는 그런 아이였다. 그런데 그 아이가 죽었다. 죽고 나서 오히려 아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그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1권은 그런 혼란스러움 속에서 막을 내린다.

 

1권의 두꺼운 두께만큼이나 많은 이야기거리를 안고 2권, 3권이 기다리고 있다. 그 이야기의 끝에서 발견하게 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사건의 결말? 죽음에 대한 속시원한 답변? 여러 명의 시선이 아닌 다쿠야 스스로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소년의 실체? 어떤 것이든 솔로몬의 위증이라는 제목에 걸맞는 결말이었으면 좋겠다.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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