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방정식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6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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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와 교수가 돌아왔다. <용의자 x의 헌신>에서처럼 범인에 대한 애잔함을 품으며 읽게 만든 <한여름의 방정식>은 한동안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에서 멀어지게 만들었던 내 마음을 되돌리기 충분한 작품이었다. 물리학자이자 교수인 유가와는 "환상의 커플"에서 아이들에게 친절하진 않았지만 자신만의 해답을 정직하게 들려주던 나상실처럼 애살스럽지는 않지만 언제나 진실을 알려주는 정직한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범인을 알아냈으면서도 불구하고 그는 입을 다물면서 "선"과 "악"의 세상이 아닌 "증명"과 "옳다고 생각하는 정의"에 대한 세상을 그려보게 만든다.

 

바닷가 마을의 발전을 두고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이 갈리는 가운데 마뜩찮지만 업체측의 요청으로 전문가적인 소견을 전하기 위해 도착한 천재 물리학자 유가와는 오는 길에 꼬맹이 한 명과 만나게 되고 그 아이의 고모집에 투숙하게 된다. 양쪽 부모가 언제나 바빠 아이를 여기저기 맡기기 일쑤인 교헤이네. 이번에는 한적한 바닷가 고모집에 맡겨졌는데 초등학생 혼자 기차를 타고 오다가 이상한 어른과 마주친다. 그리고 그 어른이 좋아져버렸다. 숨기거나 귀찮아 하지 않고 진지하게 진실을 말해주기 때문에.

 

교헤이의 방학 숙제를 도와주는 동시에 학자적인 소견을 발표하게 된 유가와. 교헤이의 사촌 누나인 나루미가 해양발전의 열혈반대자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약간 불편해지긴 했지만 곧 또다른 투숙객인 쓰기하라가 살해되면서 그들 모두 용의선상에 오르게 된다. 출생의 비밀을 숨기고 있는 부모. 아무 것도 모른채 범죄에 이용된 어린 아이, 길러준 아비와 낳아준 아비 사이에서 갈등하던 딸. 은퇴 이후에도 자신의 사건에 매달리며 마지막까지 진실을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노형사. 그리고 16년 전 사건의 진실.

 

길러준 아버지는 자신의 딸이 친딸인 줄 알고 길렀다. 그리고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 일었던 분노도 잠시. 가정을 지켜야 했고 딸의 아비로 살아야만 했다. 누군가의 희생을 밟고서라도. 16년이 지난 지금. 이제껏 지켜왔던 것들을 위해 이번에는 그가 나서야했다.

 

낳아준 아버지는 자신의 딸이 세상에 존재하는지 몰랐다. 그리고 알게 되었을 때는 아픔도 잠시. 그들을 지켜내야 했고 딸을 제대로 키워내야만 했다. 자신이 희생해서라도. 16년이 지난 지금. 죽음 앞에 섰지만 여전히 침묵할 수 밖에 없던 그 앞에 유가와가 나타났다. 그토록 보고 싶어했던 딸의 사진을 가지고.

 

16년 전에 살인을 저지른 범인도, 16년 후 살인을 저지른 범인들도 과연 나쁘다고 할 수 있을까. 물론 법의 테두리에서 보자면 그들을 범법자다. 남의 생명을 빼앗고 그들이 살아갈 미래를 사라지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정의 테두리 안에서 보자면 그들의 사연은 하나 같이 절절하다. 그래서 이야기를 읽는 내내 긴박감이 없어도, 추리심을 자극하지 않아도 그저 묵묵히 읽어낼 수 있었다.

소설은 허구라고 해도 문장이 다루는 것은 "사람들의 이야기"이며 읽는 나 역시 "사람"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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