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공포의 계곡 : 최신 원전 완역본 - 셜록 홈즈 전집 04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바른번역 옮김 / 코너스톤 / 2014년 3월
평점 :
판매중지


눈의 취향도 변하는 것일까. 홈즈라면 자다가도 벌떡 깨어날만큼 그 캐릭터에 흠뻑 빠져 있는 내게 다시 책으로 읽는 홈즈는 생각만큼 만만한 도전이 아니었다. 초등학고 4학년때 처음 문고판으로 접했던 홈즈 시리즈는 그 이후 크리스티의 할머니 탐정이나 프랑스의 신사, 괴도 루팡이 나타나도 언제나 1등 탐정이었다. 아서 코난 도일의 이야기는 내 머릿 속에서 상상 주머니처럼 부풀려져서 나만의 홈즈를 만들어냈고 어린 내가 마치 왓슨처럼 그의 사건파일들을 기록하며 함께 하곤 했는데 그 시절은 다 어디로 가고 영상에 그만 눈이 익고 말아 다시 글자 속 홈즈를 따라다니는 일이 이처럼 힘들 줄이야...!!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쉬엄쉬엄 읽긴 했지만 다행스럽게도 다 읽은 뒤 심장이 두근 거리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처음 시작할때부터 홀릭 되어 있던 영국 드라마 셜록에서 '공포의 계곡'이 각색되어진다면 과연 어떤 모습으로 영상화 될까? 상상하ㅐ 보면서. 나는 차츰 다시 즐거워지기 시작했으므로. 홈즈시리즈는 읽고나서 각인되는 시간이 길다. 채공시간이 길다고 표현해도 좋을까. 아무리 재미있어도 김전일의 이야기가 몇몇 가지밖에 기억에 남지 않는 것과 달리 홈즈의 모든 이야기는 각각의 개성이 크기 때문에 스토리마다의 개연성이 적다고 해도 그 이야기는 오리지널로 기억의 뇌에 남겨진다. 셰익스피어의 모든 이야기처럼.

 

가끔 아서 코난 도일과 그의 주인공 홈즈가 같은 인물처럼 느껴질 때가 있는데 이는 홈즈의 날카로우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말투와 그를 글로 옮긴 코난 도일의 문체의 간결성 때문이 아닐까 싶다. 치밀하면서도 세심한 분석력은 미스터리를 한층 더 신비스럽게 만들고 작년, 재작년의 가까운 과거의 이야기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결코 오래되지 않는 스토리로 우리를 사로잡는다. 마치 도민준이라는 외계인이 400년을 살면서 항상 그 현재성을 지니듯 홈즈가 들려주는 이야기도 언제나 '현재'다.

 

[공포의 계곡]은 귀신이나 유령이 나타나는 미스터리가 아니다. 교양이 넘치고 호남형인 더글러스와 그의 아내는 부유하지만 사교계를 들락거리기보다는 은둔하며 지내는 것을 즐기는듯 보였다. 다만 팔에 이상한 문신을 새기고 있었는데 이 문신이 얼굴이 엉망이 짓이겨진 채 시체로 발견된 그의 신분을 확인할 단서가 되어 주었다. 지금처럼 증거를 통한 증명이 어려운 시절이어서 다행인지 불행인지 사건은 더글러스 사망사건으로 처리되었고 당도한 홈즈는 분석 수사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가 과거의 어떤 행적으로 인해 쫓기고 있으며 그의 과거가 누군가의 죽음을 불러 일으켰음을 밝혀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시체가 정말 더글러스인지 아닌지 하는 것에 이르러서야 홈즈의 모든 추리는 아귀가 맞아 떨어지게 되었으며 사건이 해결된 다음 남아프리카로 떠난 부부의 최후에 대한 소식도 마지막엔 함께 곁들여져 나왔다. 아주 친절하게도.

 

책의 후미에 이런 글이 쓰여져 있다. 셜록 홈즈는 현존하는 모든 추리 소설의 시작과 끝 이라고. 어떤 서평을 쓰고자 했든 결국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이 한 문장이었음을 마지막 장을 덮어며 깨닫게 되었다. 이 한 문장 외, 이 위에 쓰여진 서평의 전문은 모두 주절거림일 뿐이었음을. 서평을 다 쓰고 나서야 깨닫다니.....! 홈즈가 곁에 있었다면 내게 과연 어떤 투덜거림을 던졌을까. 궁금해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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