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도 출근하는 딸에게 - 30년 직장 생활 노하우가 담긴 엄마의 다이어리
유인경 지음 / 위즈덤경향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55년을 살아왔지만 55세로 살아보는 것은 처음이라고 당당히 고백하는 워킹맘 유인경 기자. '아궁이'에 나와서 자신의 결혼생활을 넉살좋게 이야기하면서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그녀를 언제나 응원하고 있었는데, 여자로서도 좋았던 그녀는 엄마로서도 역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카레는 세상에 3분 카레만 있는 줄 알도록 했고 학원은 모조리 딸내미 스스로 알아 다니게 만들었으며 김치찌개 하나 맛나게 끓일 줄 모르고 섬유유연제의 존재도 시트콤을 통해 알게 했지만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엄마라고 자신의 엄마를 회상하는 그녀. 헌신적인 뒷바라지를 하는 엄마상과 현저히 거리감이 있는 엄마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엄마를 사랑하는 그녀가 너무나 부러웠다. 완벽한 수다의 상대가 바로 엄마이기 때문이다.

 

인생에 있어 가장 많이 싸우고 이해받지 못하면서도 칭찬받고 싶은 존재가 엄마인데, 딸의 바램과 상관없이 엄마들을 평생 딸과 거리를 두고 가까워졌다 원수가 되었다하면서 평행선을 달린다. 영화 '애자'의 모녀사이처럼. 하지만 유인경 기자와 그녀의 엄마는 시시콜콜한 주제까지 함께 나누며 서로의 친구가 되었다. 따뜻한 멘토였으며 행복한 딸의 모습을 바래왔던 엄마였다고 회고하고 있다. 그래서 그녀에게 엄마는 제 1의 고민상대다. 보통의 여성들이 친구를 그 자리에 올려두는 것과 달리. 마음껏 부러워지는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 그녀였기에 입담이 대단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일까. 55년을 이 땅에서 살아온 그녀는 이제 자신의 딸에게 그리고 세상의 모든 딸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하기 위해 또 책 한 권을 출판했다. 사실 그녀 역시 생각보다 깐깐하거나 완벽한 사람은 아니었다. 친구가 브로치를 달라고 하면 두 말 없이 줘 버리고, 책을 먼저 읽겠다하면 건넨다. 무언가 부탁을 받으면 거절하기 보다 "내가 해줄께"하는 타입이다. 속으로는 궁시렁거릴망정. 그렇게 다 들어주면서도 평생 친구에게 신세를 진 적도 없다고 했다. 실수도 실패도 역경도 많이 겪어보았기에 그녀는 낙담해서 희망을 잃고 주저앉아 있기 보다는 자신만의 속도로 인생을 걸어가는 법을 터득했다고 한다.

 

p.31 인생은 공정하다는 생각이 자신을 불행하게 만든다

 

살면서 어느 신호를 발견할 때가 있는데, 정말 움직이면 안되는 순간! 만나면 안되는 사람! 그 어떤 순간! 이 오면 찝찝한 기분과 함께 묘한 느낌이 전달된다. 전기 통하듯. 찌르르. 이 책을 읽는 순간에도 그랬다. 인생은 흘러가는 시간만 공정할 뿐 주어진 시간도 그 시간내에 누릴 수 있는 개인의 혜택도 천차만별이다. 이 불공정을 인정하고나니 남과 비교할 일도 없어졌고 보답을 바라는 일도 없어져 맘이 한결 편해졌다. 하지만 스스로 깨닫는데 많은 시간이 흘러버리긴 했다. 조금 더 일찍 깨달았다면 인생에서의 선택들은 더 쉬웠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참으로 많은 교훈을 전해 들었다. 특히 '태도'에 관해 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자세나 행동만을 태도라고 생각했던 것에서 벗어나 행동하는 삶의 방식이라는 교훈을 얻어 좀 더 넓은 상식으로 포용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얼마전 누군가를 미워하고 경쟁하고 쓸데없이 헐뜯는데 시간을 허비하는 한 사람과 한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불편함으로 잠시 짜증이 났던 순간이 있었다. 좋은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이 없나? 그 외 다른 생각을 할 수는 없나? 그렇게 자라왔던 것일까? 그래서 태도가 저러한가? 잡다한 생각들로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는데 어느 한 순간 거짓말처럼 그 생각들을 떨쳐버릴 수가 있었다. 불편함도 관심이었던 거다. 그래서 그 연결고리를 잘라내고나니 바로 편안해졌다. "무관심"이 답이었다. 책을 읽었다면 훨씬 빠르게 답을 얻을 수 있었겠지만 그래도 스스로 얻어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끼면서 비록 우리 엄마로부터 얻게 된 다이어리북은 아니지만 세상의 모든 딸들에게 '오리지널'로 살아가는 팁을 전하는 유인경 기자의 노하우들을 머릿 속에 새기기 시작했다. 그러니 자연스레 가슴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따뜻하게 번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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