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견인
김비은 지음 / 코리아닷컴(Korea.com)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타이스의 명상곡을 걸어놓고 김비은 작가의 [후견인]을 읽기 시작했다. 그 애잔한 선율이 어느날 가족을 잃은 소녀의 이야기에 몰입도를 더해줄 것만 같아서였다. 바이올린의 선율이 날카롭게 공기를 가를 때마다 이야기는 기-승-전 으로 향했고 종국엔 그 모든 실마리가 실타래 풀리듯 풀리면서 "뭐지?"라는 의문을 낳았다. 우선 설득력이 약했다. 스칼렛 에이들의 입장이 되어 그녀를 이해하고 보듬어주기엔 사건 속에서 그녀는 주인공으로 자리를 완전히 잡지 못했고 마치 점프 후 회전수가 모자라 한 발로 비틀거리는 피겨스케이터처럼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 앞에서 비틀거리고 흔들렸다. 다만 무심한 듯한 표정으로 불안을 감추고 있을 뿐.

 

에이들가문을 둘러싼 '저주'는 너무 많은 돈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젊은 백만장자와 유명 가문의 웨딩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충분했고 보여지는 화려한 삶 속에서 태어난 어린 딸 스칼렛은 아름다웠지만 외로운 소녀로 성장했다. 아버지의 스캔들이 무마되나 싶더니 그만 부부는 타살 당했고 부친의 유언장에 따라 친한 친구였던 서더랜드 가족이 스칼렛의 새 가족이 되어 함께 살게 되었다. 하지만 스칼렛은 누군가와 함께 살기에 적당한 아이가 아니었다. 자페 증세를 앓는다는 평가를 받을만큼 홀로 있는 것에 익숙했으며 문화와 경제에 아주 관심이 많은 남다른 아이였다. 홈스쿨링으로 세상을 배워온 그녀에게 한꺼번에 생긴 대가족은 축복이 아니라 고문처럼 여겨졌으리라.

 

그러던 와중에 유언장이 조작되었으며 실질적인 후견인은 가정교사 테이트 다우닝이라는 사실이 공표되자 많았던 가족들이 한 순간에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스칼렛을 공주처럼 떠받드는 테이트와 유일한 말벗인 노엘이 새 가족이 되었다. 이야기가 여기에서 끝났다면 추리소설로 소개되지 않았을 것이다. 어린시절 천재적인 면모를 나타낸 스칼렛은 열일곱의 소시오패스로 성장하고 그 성장의 밑거름에는 '복수'가 심겨져 있었다. 그리하여 이야기는 서더랜드 가의 마지막 남은 남매가 땅에 묻히기 전에 천재 탐정에게 의뢰하면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남기는 것으로 실마리를 전한다. 여기서 약간 실망스러운 부분이 사립 탐정 루카스라는 캐릭터다. 홈즈,코난,김전일,해리 홀레, 팬더개스트, 링컨 라임 처럼 멋진 캐릭터를 기대했던 내게 루카스는 어딘지 어설퍼 보이는 어린 탐정이었고 아슬아슬한 심리 묘사가 적었던 탓에 한참 재미있게 읽혀야 할 추리소설의 재미가 약간 주저 앉게 되어버린 것이다. 아, 아쉽게도 루카스는 스칼렛이나 노엘보다 매력적이지 못했으니.....!

 

연쇄살인범이 누구인지는 추리할 것도 없이 너무 뻔하게 밝혀진다. 탐정이 그들의 쫓는 과정도 긴장감이 누그러뜨려져 있다. 그래서 한껏 기대했던 영화가 생각보다 속도감 없이 진행될때 김빠지듯이 나는 소설을 읽고 난 후 약간 실망해 버렸다. 좋은 재료를 잔뜩 가져다 두었는데 버무리면서 그들의 배합이 완벽하지 못한 음식맛처럼 스칼렛과 루카스의 대결은 붉은 표지에서 주던 그 신비로움이 빠진채 내 앞에 전달된 듯 했다. 약간은 아쉽고, 약간은 실망스럽지만 다음 책에서는 작가의 노련함을 한 번 더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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