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1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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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는 정돈되지 않은 선물상자를 건네 받은 것처럼 기쁨과 혼돈을 함께 맛보게 한 크라임노블이다. 요 네스뵈의 "해리 홀레"시리즈를 통해 다양한 모습의 해리를 봐왔지만 이처럼 어설프고 풋풋한 해리를 만나보게 될 줄은 몰랐다. 시리즈를 거꾸로 읽은 느낌? 배트맨 영화를 다 보고 그 비기닝을 훗날 보게 된 느낌과 비슷했다.

 

[박쥐]라는 제목이 주는 느낌은 꽤나 묵직했다. 밤에 비행하고 동굴속에 숨어 살면서 그들만의 규칙을 통해 어둠을 지배하는 이 날짐승은 '드라큐라' 탓에 두려워한 적도 있지만 꾸준히 시청하고 있는 '동물농장'덕분에 관심있게 지켜보게된 생명체였다. 그런 박쥐의 어떤 면을 염두에 두고 작가가 제목에 갖다 붙였는지 모르기 때문에 나는 책을 통해 제목의 의미를 유추해 보고자 했다.

 

'박쥐는 죽음을 뜻한다. 모든 것을 빼앗겨 본 사람들만이 그것을 안다"

 

라고 책의 후표지에서는 그 의미를 스포일러처럼 떠들어대고 있지만 읽고난 내 느낌은 약간 달랐다. 우리네 역사 시간이 이 땅의 역사조차 제대로 가르치지 않기 때문에 타국의 역사까지 밝은 헤안으로 바라볼 수 없기는 하지만 '도둑맞은 시대'라는 표현은 정말 생소한 것이었다. 어느 상식 책이나 인문학 책에서도 본 적이 없는 그 문구에서 심한 지식적 괴리감을 느끼면서 나는 소설을 읽고난 다음 지식 검색에 나섰는데 속이 시원할만큼 그 내용에 대해 역설하고 있는 곳은 없었다. 다만 역자가 후미에 덧붙여 놓은 몇 장 속에서 습득해보자면 원주민 가정을 미개하다고 규정짓고 혼혈아들을 겉모습으로 분류해 마치 과일공장에서처럼 그들을 배송했던 반 인류적인 일을 행한 일이 있다는 거였다. 자신의 부모와 생이별을 해서 백인처럼 생겼다고 백인의 가정에 입양되고 원주민처럼 생겼다고 해서 무턱대고 공장의 일꾼으로 보내진 아이들은 훗날 자신의 미래를 도둑맞은 채 남이 결정해 버린 삶에 순응하거나 반항하면서 나라의 문제거리로 전락하고 말았던 것이다.

 

중간중간에 "그 흑인, 애버리진"이라는 단어가 뜻하는 바가 대체 무엇인지 궁금했더랬는데 애버리진이 바로 그들을 뜻하는 용어이며 이 부끄러운 역사적 사건을 두고 요 네스뵈는 여전히 사과나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은 사회를 고발하면서 연쇄살인 사건의 중요한 모티브로 끌고 들어왔다. 앤드류, 투움바, 조셉 같은 애버리진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깨닫지 못한 채 혼란의 삶을 살아나가야만 했다. 몇몇 우월주의자들이 내건 정책으로 다수의 국민들이 피해를 보았지만 가해자들의 사과는 없었다. 옆 나라의 만행으로 고통받은 세월을 사과받고자하는 그 마음은 비단 우리네 것만은 아니었던가보다. 급하게 입국해 특별비자를 들이대는 해리는 30대의 풋풋한 모습이지만 사건 전반에서 비중있게 중심을 잡고 있진 못한 듯 하다. 그도 그럴 것이 기존에 읽어왔던 작품 속에서 그는 노련하고 세상의 짠맛, 쓴맛을 두루다 맛본 중년의 형사였기 때문이다. 그 해리를 만들어온 사건 중 하나인 [박쥐]는 그래서 신선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어설픈 해리 탓에 타작품에 비해 집중도는 떨어지는 편이다. 그를 주인공으로 보고 읽은 자세부터가 틀렸음을 다 읽고나서야 깨달았으니....얼마나 어리석은 독서타임이었는지. 이 작품만큼은 해리라는 인물이 아닌 사건을 중심부에 두고 읽어야 혼란이 없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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