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의 섬 - 하 - 부활의 통로
배상열 지음 / 황금책방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7세기 중엽, 그 혼돈의 시대에 신분을 뛰어넘는 러브스토리를 기대했던 내게 1권은 약간 느린 진행으로 긴장감을 놓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야기 자체가 진부하거나 흥미가 떨어지지는 않아 2권을 집어들었는데 그 결말이 약간 예상과 달라 당황하게 만들고 있다. 뛰어난 무예실력과 영민함, 그리고 사람에 대한 예의까지 총체적으로 지닌 연우는 고구려를 호령했던 연개소문의 서자다.

 

눈에 차지 않았던 아들들을 뒤로 하고 서자에게 그 운명을 걸었던 연개소문도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그 아들은 사라지고 있는 고구려의 국운과 함께 했는데, 그의 사람인 영랑 역시 신분이 미천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신모에게 발탁되어 신궁에 들어왔으나 사람들의 시샘을 받아야했고 홀로 외롭고 쓸쓸한 신궁생활을 이어왔다. 그랬던 그녀가 신분을 뒤업고 신녀가 되었으나 사랑하는 남자와 운명적으로 마주쳤는데 그는 바로 연우였다.

 

운명의 짝이었지만 함께할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던 비운의 커플들에게 고구려는 멸망으로 이별을 예고했고 신탁에 이끌려 일본으로 향했던 그들은 그마저도 함께 할 수 없어 이별하고야 만다. 반드시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일본에 도착해서 승승장구해 이름을 날렸으나 고구려의 기상을 일본땅에 남기진 못했던 연우. 그는 강영찬이라는 인물이 되어 훗날 박혜원으로 태어난 영랑과 조우했다. 이것 또한 운명이겠지만 그 이어짐이 예상했던 결과였고 역사소설이 역사소설이 아닌 이어짐으로 연결되어 다소 그 결말 때문에 약간의 실망감을 안게 된 소설인 [고구려의 섬]이었다. 아, 그냥 역사소설 속에서 헤어짐으로 안타까움으로 남았더라면....더 좋지 않았을까.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어린 시절에는 만나서 이루어져야만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만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인연도 있다. 피천득님의 수필에서처럼. 그런 의미에서 고구려의 섬은 재미있게 읽다가 마지막에 황당하게 끝난 영화처럼 그 자리에 꼼짝하고 앉아 책장을 자꾸만 뒤적이게 만들었다. 뭐지? 라는 생각을 남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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