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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 - 복수의 여신 ㅣ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4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4년 2월
평점 :
[스노우맨]을 보면서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 겨울이면 다정하게 바라보곤 했던 익숙한 눈사람들이 무서워지기 시작했고
그들의 눈초리가 신경쓰이기 시작했다. 스노우맨을 읽고 나서는 집집마다 세워진 눈사람들이 공포 그 자체가 되어버렸다. 소설 한 권이 평생의 기억을
뒤집는 순간이었다.
요 네스뵈는 작가로서뿐만 아니라 뮤지션, 글, 모든 면에서 뛰어나 참으로 부러운 사람이었는데, 열정적으로 여러 분야를 섭렵한만큼 그가
행복한 사람으로 살아왔는지가 궁금해졌다. 그리고 그가 만든 시리즈의 주인공 해리 반장 역시 행복한 남자인지 더불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한 권만
읽었을 때엔 그 사건 하나만 보이더니, 시리즈로 읽어나가니 주인공의 삶이 보이기 시작했다. 시즌별 미국 드라마를 보며 그들의 삶에 관심을 두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네메시스]는 밤의 신 닉스의 딸이다. 제우스와의 사이에서 "헬레네"를 낳았다는데, 그녀는 율법의 신으로 알려져 있다. 이 근엄한 여신의
이름이 붙여진 소설은 두 손으로 들어야할만큼 묵직한 양으로 그 내용을 짐작조차 못하게 만들었는데, 그래도 낯선 이야기 속에서 든든하게 의지할
익숙한 한 사람, 해리반장이 있어 이야기는 꽤 편안하게 읽혀졌다.
크라임노블이 편안하게 읽혀졌다는 아이러니는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 속에서 창구 여직원을 무리하게 쏘아죽인 은행강도의 행동만큼이나 이상하게
이해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실이다. 은행강도 사건과 맞물려 주변인들을 제거하고 그 증거가 해리반장을 향해있도록 만들고 있는 이상한 사건
정보를 읽으면서도 마음이 급해진다거나 숨이 가빠지는 것이 아니라 그저 편안하게 읽혀졌다. 이야기가 재미없어서도 아니고 가독성이 떨어져서도
아니다. 스피드도 꽤 괜찮은 편이었다. 다만, 요 네스뵈의 소설을 한 두권이 아닌 꽤 여러 편 읽어내었기에 이제 믿음이 생겨버린 탓이었다. 그
편안함은 익숙함에서 비롯되었던 것이다.
두 개의 살인사건으로 두 개의 현장이 생기지만 동기는 하나다. 그에 더해지는 다른 하나의 사건. 옛 연인 안나의 죽음으로 인해 위기에
봉착하는 해리와 아버지의 죽음을 복수나 용서로 매듭지어야만 했던 베아테. 정말 인간만이 복수를 하는 유일한 생명체인 것일까? 자살이 복수의 한
형태가 될 수 있는 것일까? 스릴러 소설 한 권이 참으로 많은 삶의 화두를 독자를 향해 던져 놓는다.
[네메시스]를 다 읽고나서도 행복한 까닭은 그의 또 다른 번역작 [박쥐]가 곁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첫장을 아직 넘기지 못한 채
기대감만 가득 부풀려 놓은 상태라 오늘부터 읽기 시작하면서 나는 또 다른 행복감에 싸여 지내볼까 한다.꽃피는 3월에 읽어도 재미있다.
스릴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