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호주와 나 때때로 남편 - 서른살 워홀러 부부의 호주 일주 여행기
안정숙 지음 / 책구름 / 2013년 12월
평점 :
"짬짬이 세계여행"이나 "민희의 치즈여행기"를 보면서 나는 언제 한번 저런 테마를 가지고 여행을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솔로여도 부러울
여행을 커플로 다녀온 이들이 있었다. [호주와 나 때때로 남편]은 성격이 급하고 계획적인 여자와 무계획이 인생의 모토요~ 고집이 센 남자가 함께
호주를 여행 다녀온 그들의 여행기다. 도무지 여행친구로는 조합이 맞지 않을 이들은 2008년 5월, 결혼식이후 호주로 떠났다고 한다.
불편했을텐데......제일 먼저 든 생각은 그 생각이었다.
결혼이냐? 세계 일주냐를 놓고 둘 다를 감행한 이들은 결혼이라는 큰 여행을 정말 둘이 함께 떠나는 호주여행으로 시작했던 것이다. 느리고
촌스러웠다는 호주, 문화도 낯설고 언어도 낯설었던 그 땅에서 자칫 이별여행이 될뻔 했던 그들의 신혼여행은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든다.
아웃백 스테이크로 들어 낯익은 아웃백은 호주 노턴테리토리와 서호주 북부의 내륙 사막초원지역을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단순히 스테이크 브랜드
이름이 아니었던 것이다. 즐겨 마시던 블루마운틴 역시 지명이었다니....!슬쩍 웃으면서 지식의 한계를 책을 통해 경험하며(?) 나는 좌충우돌
커플의 호주 여행기를 재미나게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호주는 큰 땅이었다. 하지만 척박했다. 생명체가 살아가기 힘든 자연환경 탓으로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 보고자 하는 이들을 끌어들이는 땅.
마음에 안들면 아무렇지도 않게 길거리에서 사람을 죽인다는 원주민들이 살던 지역에서 느낀 공포, 인구가 열두 명 밖에 안되던 작은 마을 윌리엄
크리크에서 겪은 일들, 수억년 동안 한 자리에서 버티고 서서 세상을 바라본 지구의 배꼽 울룰루 앞에서의 화해, 에어컨을 켜고 끄는 것 하나로
원수처럼 싸웠던 스털링 산맥 국립공원,음식을 나눠먹고 노래하며 즐긴 소방서에서의 추억, 하르츠 산맥 국립공원에서의 화해. 이들의 추억담은 마치
로맨틱 드라마의 기승전결처럼 진행되면서 여행지 곳곳에 그들의 추억가지들을 뿌려놓고 있었다.
p335 다시 올 거야. 언젠간 반드시.
라는 그들의 다짐처럼 다시 호주여행길에 올랐을때 그들이 그 자리에서 발견하게 되는 것들은 천혜의 자연환경이 아니라 그들이 씨뿌려놓은 추억의
자락들이 아닐까. 길눈이 어두운 남자와 지도를 읽을 줄 모르는 여자의 여행은 평탄하지 않았다. 인생도 그러하고 결혼도 그러하듯 그들의 여행도
"짠!!행복했다"로 진행되지는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 굴곡들이 사랑을 그리고 사람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것임을 그들도 깨닫지 않았을까.
등산도 사랑도 내려갈 때가 더 힘들다는 고백은 그들의 깨달음과 맞물려 책을 읽는 내게도 좋은 화두를 던져 주었다. 늘 웃음이 가득하고 늘 좋은
일만 가득한 인생은 얼마나 단조롭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여행은 인생의 터닝 포인트처럼 느껴진다.
서른살 워홀러부부의 호주 여행기는 갓 20살이 된 파릇파릇한 청춘들보다는 사랑하는 커플이 생긴 20대 중후반부터 사랑의 터닝포인트가 필요한
40대 후반의 부부들에게 읽혀지면 참 좋겠다 싶어지는 남다른 여행기였다. 읽는내내 훈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