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든 고양이와 살아가기
댄 포인터 지음, 여인혜 옮김, 이미경 감수 / 포레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슬프게도 이 책은 "이별을 준비하는 방법"에 대한 책이다. 나보다 먼저 이별을 겪은 이들의 경험담이며 내 고양이에게도 어느날 닥칠 일이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그런 이야기다. 웹툰 "내 어린 고양이와 늙은 개"를 읽으면서 나날이 늙어가는 낭낙이를 보며 눈시울을 붉힐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마찬가지로 웰캣은 몇몇 페이지를 넘기면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게 만들었다.

 

아, 어리고 건강한 내 고양이가 영원히 나와 함께 할 수 없다는 슬픔.

 

작년 즈음 해서 이웃 중 한 분의 고양이가 급사했다. 며칠 전만해도 그 통통하고 예쁜 고양이의 소식을 보았는데, 갑자기 그 아이는 별이 되어 버렸다. 얼마전에 1년이 된 그 아이를 회고하는 글이 올려졌는데, 이웃의 고양이지만 그 아이는 내게도 보고싶어질만큼 사랑스러웠던 아이였다. 하물며 태어나는 순간부터 함께한 내 고양이들은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우다다를 심하게 하면 "이눔들!!"하고 쓰읍쓰읍하며 아이들을 자제 시킨다. 신나게 뛰어놀도록 가만히 둘 때도 있지만 층간소음으로 인한 이웃간의 불화가 심화되고 있는 요즘같은 세상엔 마냥 뛰어놀게만 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슬프게도 단독주택이 아니니 말려야할 순간들이 있다. 식탐은 없지만 먹었는데 또 주세요~할 때도 있다. 어리기 때문에. 과자를 좋아하는 어린아이처럼 캔주세요. 간식주세요 한다. 하지만 달라는대로 다 주면 급히 먹다 체해서 한동안 토하는 모습을 봐야한다. 그래서 그 간절한 눈을 외면할 때도 있다. 추워서 자다보면 옆구리가 따뜻해지고 꽁꽁언 두 발이 녹는다. 다 이아이들 덕분에. 영화나 책을 보다 울면 슬며시 다가와 옆에 엉덩이를 붙이며 부비부비하거나 눈물을 닦아주며 위로해준다. 내 수다도 한참을 들어주며 소문(?)내지도 않는다. 위로는 사람에게만 받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세상 그 어떤 생명보다 더 큰 위안을 준기도 한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이들에게서 위로받는다.

 

또 하나의 가족이 되어버린 이 아이들도 점점 눈이 침침해지고 다리가 풀려 점프력이 떨어지고 움직임이 둔해질 순간들이 올 것이다. 처음마음 그대로 이들의 마지막 순간까지 나는 따뜻한 가족이 될 것이다. 또한 다른 고양이들이 생겨도 이 아이들을 사랑한 순간들과는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허락된다면 죽을 때 이아이들의 화장된 뼈를 잘 보관했다가 나와 함께 묻어달라고 유언하고 싶다.

 

함께 저 세상에서도 즐겁게 웃으며 뛰어놀 수 있도록. 호스피스의 순간은 힘들다고 한다. 평온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몇몇을 제외하고는 병들거나 갑자기 이별을 고할 때가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내 고양이의 마지막을 함께 보내기 위해 나는 이 책을 좀 더 꼼꼼히 읽어볼 요량이다. 애벌읽기를 하며 먹먹해진 가슴을 주저 앉히고 강한 마음으로 이 책을 읽어 내 고양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집사가 되려 한다. 물론 지금부터 준비할 필요는 없다. 그래야만한다. 이 아이들의 유통기한은(?) 20년 이상일테니 말이다. 먼 훗날을 위한 마음의 준비가 필요해서 나는 책의 도움을 받을까한다. 그리고 그 먼 훗날 그 날이 오면 이 책을 다시 읽어가며 아이들의 등을 쓰다듬어주고 아이컨택을 하며 네가 얼마나 좋은 가족이었는지 계속계속 말해줄 것이다. 들리지 않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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