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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 - 최후의 날 ㅣ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13
로베르 에티엔 지음, 주명철 옮김 / 시공사 / 1995년 8월
평점 :
품절
서기 79년 8월 24일. 모든 영광과 번영과 풍요로움을 뒤로 하고 화산재에 도시가 묻혀 버렸다. 1754년 발굴이 시작된 폼페이는
천재지변으로 인해 어느날 한 순간에 지구상에서 사라져버린 도시였다. 발굴을 통해서 그 옛 자취들을 역사속으로 끌고와 끼워맞춰 볼 수 밖에 없는
폼페이는 로마의 식민지이기도 했다. 종교, 정치, 상업의 중심지이자 이두 정치가 시작된 곳이었다.
작은 로마같은 도시 폼페이. 우리는 묻혀버린 옛 도시로 기억하지만 사실 폼페이는 건축술이 뛰어난 지역이었다. 상업의 발달로 부가 집중되어
있었으며 비록 로마 황제의 칙령에 따라야하긴 했어도 자치권이 있었으며 은행가, 근로자,생산자,의사, 화가, 선생 등등 모두가 직업을 가지고
자신의 일터에서 일했던 고용창출이 이루어지는 곳이기도 했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실업자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을만큼 모든 산업이 성행했고 완전고용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시민들이 안정적인 삶을 영위해나갈 수 있었다고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여성들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가 보장되지 않았던 것을 감안한다면 폼페이 여인들이 세를 놓고 사업을 관장하고, 장사를 하여
부를 축적해나가는 모습에서 우리는 높아진 여권을 확인하는 동시에 남성에게 귀속된 삶이 아닌 자신이 선택한 삶을 사는 자유로운 여인들의 모습 또한
찾아볼 수 있겠다.
폼페이의 몰락은 자연의 노여움으로 인한 것이었다. 소렌토와 스타비아 해안, 헤르쿨라네움 해안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경관의 한 도시가 폐허가
될때까지 걸린 시간은 그다지 긴 시간이 아니었다. 순식간에 덮친 잿더미는 한 가족을 움직이던 상태 그대로 굳게 만들었고 이후 완전히 소멸되어
많은 이들의 머릿속에서 잊혀져갔다. 그들의 불행은 불행으로 덮여진 것이다. 베수비오 화산의 위력은 이토록 끔찍한 것이었다.
지금의 우리에게 폼페이는 그저 역사의 한 자락으로 이해되어야 하는 것일까. 편리함을 추구하는 인간의 이기심이 동물들의 쉼터를 빼앗고
먹거리를 없애버렸다. 종국엔 그들을 희소생명으로 만들어 버렸지만 자연의 무서움에 대해 아직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역사를 배우는 까닭은
과거를 통해 배우고 현명하게 판단하여 과오를 줄여가라는 의미일텐데....폼페이는 그저 유명한 유적을 구경하는 전시회의 이름으로만 기억되고
있으니....안타까울 따름이다. 시공사의 책은 얇은 문고판이지만 읽을거리가 풍부해서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