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풍론도

질풍론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남희 옮김 / 박하 / 2013년 12월

발간 일주일 만에 100만 부나 돌파했다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편소설 '질풍론도'는 영상미는 뛰어날지 모르지만 반전과 멋진 트릭을 기대했던 독자라면 다소 실망스러울지도 모르겠다. 그의 추리소설에 매료된 독자들에게 [질풍론도]는 매력적인 캐릭터도, 가독성이 빠른 속도감을 전하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

[용의자 x의 헌신] 이후, 그의 책들을 찾아 읽으면서 일본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 중 하나인 그의 필력이 무척이나 부러웠더랬다. 장르 불문하고 감동과 경악을 함께 느끼게 만든 작가가 그리 많지 않았기에 히가시노 게이고를 작가로 둔 일본이라는 나라가 부러워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섬세하고 꼼꼼하면서도 독자의 마음을 이리저리 떡주무르듯 주무를 줄 아는 작가. 나는 그가 이야기를 가지고 놀 줄 아는 '즐기면서 일하는 작가'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질풍론도]는 과거의 역작들과 비교했을 때 어딘지 모르게 심심한 구석이 있는 작품이었다. 적어도 내게는.

같은 책을 읽은 후에 올리는 서평이 다 다르듯 사람마다 그 느낌은 다를 수 밖에 없다. 내게는 약간 실망을 전한 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최고의 역작으로 기억 속에 남겨질 수도 있으니까. 질풍론도는 잘 쓰여진 작품인 것은 맞다. 하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에게 독자로서 가지고 있던 기대감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였던 것이다.

<스토리라인>

연구실에서 '사람들의 생명을 빼앗을 수 있는 초미립자 탄저균'이 사라진다.다이호대학 의과대학 연구소 생물학부장인 도고는 구즈하라가 훔쳐간 탄저균을 구리바야시에게 회수할 것을 명령했다. 총량 200그램의 'k-55'는 설원의 어딘가에 묻혀 있고 장소를 아는 유일한 인간인 구즈하라는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회수하지 않으면 인류가 위험하다. 총체적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 구리바야시는 스키홀릭 상태인 아들의 도움을 받아 탄저균이 숨겨진 스키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쉬쉬~"하던 비밀이 새어나가기 시작했다.

영상미가 뛰어난 작품이다. 설원에서 펼쳐지는 숨바꼭질 같은 탄저균찾기, 리프트를 타면서 혹은 활강하면서 생물병기를 찾는 사람들, 나무에 걸린 테디 베어, 쫓고 쫓기는 추격전,...마지막에 개그에 가까운 반전까지....! 하지만 역시 예전 작품들이 그립다. 머릿속으로 영상이 뛰어나게 그려지는 작품보다 머릿속을 복잡하게 헤집으며 머리카락 쥐어뜯으며 고민하고 추리하게 만드는 그 스토리라인이 그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