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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 - 죽음의 땅 일본원전사고 20킬로미터 이내의 기록
오오타 야스스케 지음, 하상련 옮김 / 책공장더불어 / 2013년 3월
평점 :
원전사고, 방사능 유출, 방사능 수산물에 대해서만 걱정했지 정작 그곳에 남겨진 동물들은 잊고 있었다. 그것이 미안하고 속상하고 괴로워서 책장을 넘기는 내내 마음이 아렸다. 불편한 진실. 개그콘서트의 옛 코너 이름처럼 [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은 불편한 진실이었다. 하지만 늦었더라도 반드시 해내야하는 일들이기도 했다.
'죽음의 땅'일본 원전지대. 원전사고 20킬로미터 이내에도 생명들이 살아가고 있었다. 도라,마루 라 불리는 고양이와 함께 사는 포토그래퍼 오오타 야스스케는 사람이 사라진 지역에서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자원봉사자들, 동물보호단체와 더불어 3개월 동안 17회에 걸쳐 개와 고양이, 닭 들을 구조해냈다. 56마리의 고양이와 13마리의 개, 13마리의 닭이 구조되었다. 하지만 아직 남겨진 동물들이 더 많았다.
묶여 있어서 아무것도 못먹고 굶어죽은 개, 겨우겨우 살아남았지만 살처분 된 소와 돼지들, 다른 동물들로부터 집을 지키느라 꼬리물리고 온몸에 상처가 생겨서 죽음을 기다리는 충견, 임신한 채 새끼를 낳아 쫄쫄이 굶고 있던 고양이 식구들, 물마시러 갔다가 수로에 빠져 죽은 수많은 소들,....지옥이 따로 없었다. 구조의 손길을 거부한 채 겁에 떨며, 추위와 굶주림에 떨며 숨어지내는 동물들에게 우리가 해 줄 수 있는게 정말 없는 것일까. 원전사고도 자연에서 살아갈 터전을 오염시킨 것도 다 인간이 만든 재앙인데, 그 피해는 오롯이 자연과 그곳에서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던 생명들이 짊어지고 죽어가고있다.
그래서 인간이 제일 나쁘다.
114페이지...늦어서 미안하구나, 그래도 왔으니 용서해줘, 너를 데리러 온거야.
이 페이지의 말이 너무 슬퍼서 눈물이 났다. 원전사고 이후에도 시간은 흘러간다. 여전히 집에서 올 수 없는 가족을 기다리는 반려동물들도 있고 입양되거나 주인과 만난 동물들도 있다. 원전 피해를 입은 동물들도 있다. 비극은 멈추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널리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지기를 바란다.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의 기록은 그래서 많은 이들에게 잊혀져서는 안되는 기록이요, 오늘이다.
일어난 일이 없었던 일이 될 수는 없다. 그리고 그들을 잊고서 우리의 오늘도 일상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