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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점장 고양이
우메츠 유키코 지음, 김시내 옮김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일본의 잡지에 '거리의 점장 고양이를 만나며'라는 기획이 인기를 얻어 책으로 나오게 된 [우리는 점장 고양이]. 일단 반려동물과 함께 하고 있는 내게 이 책은 즐거움 그 자체였다. 건강하고 사랑받으며 자신만의 커리어(?)를 쌓으며 지루하지 않게 살아가는 행복한 고양이들의 삶이 실려 있기 때문이다. 그 혹은 그녀들은 자신의 일터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며 관심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래서인지 1~3년 사이에 세상을 뜨는 길고양이들과 달리 10년에서 20년쯤은 거뜬하게 생을 살아나가고 있었다. 집고양이의 인생도 20년이라고 하면 건강에 대한 염려가 하나씩 상자처럼 쌓여가는데, 일터에서 활동하면서 때로는 외출냥이로, 때로는 영역을 지키는 나옹이로 살아가면서도 그들은 모두 건강한 고령(?)이었다.
그들이 사는 곳은 깔끔한 카페만이 아니었다. 70년대 복고풍 음식점인 중화요리점이나 주점, 구멍가게, 찻집, 포장마차에서 거주하는 귀여운 점장고양이들!!! 채소가게 이발소, 목욕탕, 복권가게, 공예점, 세탁소, 고춧가루 가게에서 근무중인 고양이들!!!! 불단 가게, 전파상, 이불 가게, 전통의상실, 담배 가게, 중고레코드 가게, 공구점, 약국, 브러시 공방 등 다양한 일터에서 생활 중인 고양이들!!! 옛 분위기가 물씬 나는 그 곳에서 고양이들은 손님들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었다. 다만 책에 실리고 얼마 있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는 찻집의 "챠"에 대한 슬픔이 약간 배여버렸을 뿐.
중화요리점 점장님인 토라지로는 초록색 목걸이를 하고 있는 노랑둥이였다. 기운이 펄펄나지만 사실은 열살. 음식점이라 자칫 고양이 털도 날리고 한다고 위생상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법도 한데, 여기 단골들은 토라에게 다 관대한지 매장을 씽씽 누비고 있었다. 귀여운 것은 이녀석 뿐이 아니었다. 포장마자 점장님인 "미"역시 노랑둥이인데, 한적한 길에 위치한 포장마차 타누키야의 터줏대감이다보니 온종일 강가에서 뒹굴거리는 시간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란다. 본 적 없는 치쿠와라는 음식을 너무 좋아한다는 이 오동통한 녀석은 졸고 있을 때와 걷고 있을 때 사뭇 표정이 달라 재미있다. 채소가게 "미미" 역시 노란아이지만 그 펑퍼짐한 몸을 과일 박스에 뉘이고 잠을 자면서까지 매장을 지키는 성실함을 보이는가 하면 턱시도스러운 주점 점장 '사이몬'은 술을 할짝할짝 훔쳐먹는다니...놀랄 노자가 아닐 수 없겠다.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띄인 녀석은 목욕탕 점장 '미아'인데, 미아는 하얀 털을 휘날리며 오래된 목욕탕을 순시나가곤 했다. 뿐만 아니라 주인집 여러마리 고양이들을 알바(?)로 부리면서 청결함을 단속한다니...그 발상이 재미있기만 하다. 사실 고양이들은 자신의 영역을 산보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는데.......! 키우고 있는 고양이 중 검은 고양이도 있다보니 어디에서나 검은 나옹이를 발견하게 될 때면 그리 반가울 수가 없다. 그런데 이곳에서도 두 마리나 발견했다. 소바가게 쿠로치이와 고춧가루 가게 쿠우였다. 쿠로도 멋지지만 쿠우는 정말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아이였다. 아, 일본에 산다면 이 낡은 고춧가게를 얼른 찾아나서고 싶을 만큼이었다. 도쿄 스미다구 치토세에 산다는 녀석은 낡은 미닫이 문을 나다니며 "배달"을 다니는 모양이었는데 사진에서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데 "배달다녀올께요"라고 멘트 붙여진 것이 너무나 웃겨서 보고 또 보는 중이다. 정말 배달다닐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진 일일까.
귀여운 고양이가 있는 따뜻한 가게가 한국에도 늘어간다. 하지만 여전히 춥고 배고프고 괴롭힘을 당하다가 세상을 등지는 길고양이들이 있다. 이들 모두를 세상이 따뜻하게 감싸안을 수 있는 날들이 어서빨리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