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않는 아이 - 울지 않는 아이가 우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울지 않는 아이가 우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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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살이 넘으면 어른으로 살아가게 될 줄 알았다. 10대의 어린 마음으로 바라본 스무살은 어른이 되는 문이므로. 하지만 20대는 어른이기보다는 사회를 알아가는 과정에 선 나이였고 30대는 어른이 되기 위해 발버둥치는 나이였다. 40대가 되면 어른이 될 수 있을까. 나는 이제 어른이 되기보다는 어른으로 살아가는 시기가 준비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오랜만에 읽는 에쿠니 가오리의 에세이 '울지 않는 아이'는 '우는 어른'과 비교했을때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내용이 실려 있을 것이라고만 생각했었다. 스스로의 어른이 되는 나이도 틀림이 있었듯 에쿠니 가오리의 책을 두고도 나는 여전히 틀린 답을 내어놓은 것이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울지 않는 아이'는 아이의 이야기를 내어놓은 내용이 아니다.

 

물론 부모님과 함께 놀러갔던 놀이동산의 추억이 잠시 등장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자신의 지난날을 회상한 부분이 상당부분 기재되어져 있다. 추억나누기. 세상에 내어놓기는 했지만 에세이의 펜 끝은 자신을 향해 있다. 내가 이런 적도 있었지....당신이 알고 있는 것처럼 내게 이런 시절이 있기도 했답니다...식으로 읽혀진다. 얌전한 발레리나같은 프로필 사진만 대했던 내게 그녀는 놀라운 과거담을 털어놓기도 했다. 유부남과 사귀던 시절의 자신에 대해서. "불륜'이 아닌 연애로 바라본 지난날의 자신. 무언가 다른 생각의 기준을 가지고 있기에 그녀는 열린 시각으로 소설을 쓰는 작가로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대목에서 나는 그녀의 소설 중 '낙하하는 저녁'이 떠올려졌다. 그녀는 리카같은 사람이었는데, 알고보면 하나코처럼 생각하며 사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고.

 

좋고 싫음이 분명한 아빠의 딸로 태어난 그녀는 작가로 살아가고 있지만 책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고 용감하게 밝히고 있다. 그 아빠의 그 딸답다. 하지만 그녀는 가족을 사랑하면서도 또 딱 그만큼 증오한다고 말했다. 기억하나 가득할만큼 가족을 떠나고 싶었던 자신에 대한 고백. 어른스러운 동화 '밤비'를 사랑하는 자신의 취향, 과자를 좋아하고 야마다 에이미를 읽고, 혼자서 찻집에 가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이야기. 자신을 무척이나 별난 사람처럼 그려놓았지만 내게 그녀는 독특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라 일상에 대한 관찰력이 뛰어난 여자로 여겨졌다. 진한 감수성으로 자신을 둘러보고 사람들의 일상에 관심이 많은 여자. 그런 여자의 글이라서 나는 그녀의 필체가 좋다. 사실 이런 에세이류보다는 그녀가 쓰는 소설이 훨씬 더 좋다. 간결하면서도 독특한 음율이 느껴지는 문장이 눈을 고급스럽게 사로잡기 때문이다. 그녀의 글을 읽는다는 것은 새로운 바람의 향을 느끼는 것과 같기에.

 

닥치는 대로 썼다는 8년치 에세이를 한 권으로 묶어내고 당황스럽다고 말하는 그녀, 에쿠니 가오리. 행복한 필연과 경솔함에 대해 후회하는 그녀의 마지막 고백은 그래서 작가의 고백답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세상에 무언가를 내어놓아야 직성이 풀리면서도 막상 손끝을 떠나 종이에 그 내용이 찍히면 그날부터 후회하기 시작하는 모습이 작가스럽다고 생각되어졌기 때문이다.

 

'울지 않는 아이'는 읽고나니 역설적인 제목이었다. 그녀는 글을 통해 울고 있었다. 소리 없이 칭얼거리기도 했고 나즈막하게 불평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어른스럽게 마무리할 줄 알았다. 그래서 이 책은 작가 에쿠니 가오리의 성장 에세이라고 불리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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