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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엄마가 되고 말았다 - 늦깎이 엄마의 유쾌한 육아 수다
김은미 지음 / 예담 / 2013년 12월
평점 :
소개팅을 시켜줬던 후배가 그날 만난 남자랑 대판 싸우고 왔다는 말에 파안대소하고 말았다. 이유인즉 자꾸만 '노산노산'이라고 하더라는 거다. 이제 30대를 갓 시작한 그녀로서는 듣기 싫은 말이었을테니 싸우다 왔다는 말도 거짓말은 아닐터. 상대방 남자도 참 예의 없다 싶다.
노산. 결혼적령기 선이 점점 무너지고 있는 가운데 이 말이 정답이 되는 나이 때는 어느 정도일까. 30대 중반이 넘어서면 노산대열에 들어서는 것일까. 그러면 나는 노산이 맞다. 아직 출산과 육아를 경험하지 않았으니 이제 내게 이 시기가 오면 고령출산,노산이라는 단어가 붙을 터였다. 그래서인지 저자의 경험담이 나에겐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결국 엄마가 되고 말았다'는 제목은 그래서 슬프다. 분명 아이가 생기고 출산하고 기르는 과정에서의 기쁨이 담겨 있긴 하지만 김은미 작가의 늦깍이 출산은 제목에서부터 약간은 걱정반 씁쓸함 반이 묻혀져 있다. 조선시대나 옛 선조들의 10대 출산에 비추어보면 현대인들의 결혼과 출산은 확실히 그 시기가 늦추어져있다. 하지만 평균 수명도 단단히 늘어져 있으니 이는 그리 걱정할 거리가 못된다. 다만 초보이긴해도 철없는 엄마가 아닌 산전수전을 다 겪고 직장생활, 인생경험등이 많은 철든 엄마로 육아를 준비해야 하니 많은 정보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젊은 엄마들에 비해 체력적으로 기운이 달려 아이를 낳을때도 그러하고 아이를 키울때도 힘에 부치는 일들이 상당부지기 수 일 것이다. 그점이 걱정일뿐. 나는 오히려 너무 어린 엄마보다는 준비되고 기다림이 있는 엄마 쪽이 훨씬 아이에게 너그러울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른 출산보다는 오히려 늦은 출산을 더 등두드림해 주는 편이다.
그렇게 소개팅을 했던 후배도 올해 결혼을 한다. 물론 다른 남자와. 워낙 아이를 좋아하니 나는 올해 안에 혹은 늦어도 다음 해엔 이모가 되어 있을 확률이 높다. 아직은 노산이 아니지만 노산 소리를 듣고 있는 후배에게 이 책을 읽은 이야기를 했더니 당장 책을 넘기란다. 주위에서 다들 결혼하는 것을 보고 늦게 결혼한 축에 들어가는 후배는 걱정이 많았다. 임신중독으로 죽은 이까지 있으니 오죽할까.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운명이라면 운명이 아닐까. 그만큼 결혼에 목매고 있어도 정작 인연이 닿질 않으면 결혼할 사람과 만날 수 없다. 연애하긴 쉬워도 결혼하기는 어렵다는 말은 우리끼리는 한다.
다행히 내 주변에는 결혼한 쪽보다는 결혼을 안한 쪽이 훨씬 많다. 그래서 우리끼리 모이면 출산? 그게 뭐지? 하고 있는데, 우리도 이제 슬슬 결혼을 준비하고 출산을 준비하게 되면 만 35세가 넘었기 때문에 '기형아 검사'를 하게 되고야 말리라. 자연분만이니 제왕절개니, 무통분만이니 하는 이야기가 아직은 먼 이야기만 같다. 하지만 내게도 곧 다가올 이야기인지라 나나 친구들 그리고 결혼을 앞 둔 후배까지...우리에게 늦깎이 엄마 김은미 작가의 책은 구경거리가 아니라 생활경험서로 다가온다. 바이블. 우리끼리는 그렇게 부르면서 이 책을 너덜너덜해질때까지 돌려볼 작정이다. 그러면 좀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