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화, 왕의 기생들 1 기화, 왕의 기생들 1
정연주 지음 / 들녘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기생이라고 하면 시크한 표정, 붉디붉은 입술, 예인으로서의 자존심! 황진이가 떠올려진다. 당대 수많은 명기들을 제치고 그녀가 먼저 떠올려진 것은 남다른 매혹 때문이리라. 주인공 '가란'에게도 매혹의 자태가 스며 있다. 기생이 되기 위해 태어난 아이가 아니라 부모없이 거지로 버려진 아이는 홀로 배고픔을 채우기 위해 여기기웃 저기기웃 하다가 기생들의 춤사위를 보게 된다.

 

아름답게 살면서도 배를 곯지 않기 위해 무조건 졸랐으나 거지소녀는 기생이 아닌 밥할매의 조수로 기방에 들여졌다. 밥할매. 소수의 사람만 그녀의 찬란했던 지난날을 기억하고 있었다. 친구를 위해 최고의 자리를 포기했던 명기. 이후 기방의 밥할매로 살면서 기생들의 재주를 흉내내는 거지아이에게 기생으로 살지 말라고 충고하였으나 운명은 그녀를 비켜가지 못했다.

 

왕이 궁 안에 기생을 둔다고 했다. 그것도 과거시험 보듯이 시험을 보고 뽑아 궁에 들인다고. 궁안에는 이미 왕의 여인들이 차고넘치는데 기생까지 모아 무엇에 쓰려는 것인지. 방탕한 인간이라는 소문이 도는 왕의 여인이 되기 위해 모두 "궁기"를 꿈꾸지만 거지 부엌데기가 머물던 연위기방에서 뽑힌 건 단 한 명, 청진이었다. 모두가 궁기로 뽑히리라 예상했던 운란을 제치고 청진이 궁에 들어간지 얼마되지 않아 그녀는 그만 몸을 망치고 궁에서 나와야했다. 왕의 여인으로 사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기패는 커녕 기생의 걸음걸이조차 가지지 못했던 아이는 채홍준사에게 "가란"이라는 이름을 얻고 궁기가 되었다. 밥할매와 단양을 스승으로 모시고 3년이라는 시간동안 갈고 닦은 재주가 가히 세상을 놀라게 만들만 한 것이었다. 애초에 아이는 제대로 가진 것이 없었다. 부모도 형제도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는 시간도 가지지 못했던 아이 가란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매혹적인 자태는 왕의 마음도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p144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은 겁쟁이가 되고, 그래서 현명해진단다

 

윤재민의 도움으로 궁에 들여진 난향이 나는 아이 가란, 그녀를 여인으로 만들어줄 단 하나의 남자 이훈, 세상을 틀어쥐고 뒷방에 또아리를 틀고 앉은 늙은 대비 권인교, 권력의 최측근이지만 마음이 약한 중전 보경, 권력가의 자제이지만 술과 벗이 마냥 좋은 한량 권이성, 운란이었으나 이름마저 버리고 야심을 위해 독니를 드러낸 자월. 이들이 궁궐에서 벌이는 한판의 재미는 이제부터다. 1권은 그 서막에 불과했으니 나는 2권이 참말로 기대된다. 얇은 특별판을 통해 가란의 운명이 어떻게 되었으며 이 이야기가 슬프게 끝맺어지는 것이 아니라 해피엔딩으로 끝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그렇다하여도 암투와 음모, 배신의 이야기가 가득할 2권이 궁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1권에서는 눈에 먼저 든 윤재민이었는데, 2권에서는 왕이 독자들의 마음을 훔칠 수 있을지.......사뭇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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