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주의 인물
수잔 최 지음, 박현주 옮김 / 예담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옛 영화 "도망자"에서 해리슨 포드는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쓰고 자신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범망을 피해다녔다. 그래도 그는 "죄"외엔 억울함이 없었다. 영화 속에서 그는 백인이었다. 이국적인 외모의 작가 수잔 최는 한국인 아버지와 유대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한국인 교수인 아버지를 모델로 삼아 캐릭터를 잡았다고 밝힌 바 있는데, 그래서인지 주인공인 교수 "리"는 40년 간이나 미국에서 살아온 미국인이이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이방인 취급을 받아야했다. 한국인이고,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60세. 20년 넘게 정년 교수로 근무해 온 리는 두 명의 전처와 딸을 둔 남자다. 아닌척해도 "외로운 사람"인 그는 옆 방 교수 헨들리가 늘 부러웠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친근함으로 다가가기 보다는 존경하는 인물로 비춰지길 바래 언제나 높은 바리케이트를 치고 그들을 대했다. 그 결과 헨들리의 방엔 학생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으나 자신은 빈 공간에서 홀로 그 소리나 듣고 있어야 하는 신세였다. 그런데 어느날,

 

헨들리의 방에 상자 하나가 배달되고 그는 그 상자를 여는 순간 폭사했다. 테러처럼 보이는 이 사건을 계기로 리는 주목받게 된다. 연쇄적 테러의 범인으로.헨들리와 학생들 사이 그 친분이 부럽고 사람의 온기가 그리웠을 한 노교수는 지나친 시기심으로 사람을 죽인 남자로 찍혀 버린 것이다.

 

그리고 어느날 도착된 편지는 그가 살아온 지난 날을 되돌아 봐야하는 경고장이 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요주의 인물이 되어 버린 리. 서글픈 일이었다. 리뿐만 아니라 미국계 이민자로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이 소설은. 아무리 미국땅에서 오래 살아도~ 자신을 미국인이라 생각하며 살아도~ 그들이 미국인이 될 수는 없다는 사실은.

 

이미 첫 장편소설로 "아시아계 미국 문학 작가상"을 수상했으며 두 번째 발표한 장편소설로는 퓰리처상 최종심에 오르는 등 미국 문단이 주목해야할 신성으로 떠오르며 세번째 장편 소설을 집필한 수잔 최. 이런 서글픔을 담고 있어 오히려 심리/범죄/추리 드라마를 시리즈로 제작하는 헐리우드에서도 눈여겨볼만한 문제작 [요주의 인물]은 판도라의 상자처럼 어마어마한 폭발력을 가지고 열린 소설이다.


 

p143 어떤 인간이 다른 사람보다 더 장점이 있으며 살아야 할 이유가 더 많다

 

어느 순간부터 그는 요주의 인물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우리들은 모두 언제 어느 순간에 요주의 인물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결국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것이 아니었을까. 이 이야기는 허구이지만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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